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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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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기자의 우리동네 해결사] (2) 황금기 그리운 창원 합성동 지하상가

텅 비어가는 ‘경남의 강남’… ‘힙지하’로 명성 되찾으려면
한 집 건너 한 집 ‘빈 점포’
2014년 재개장… 지금은 봄맞이 단장 중

  • 기사입력 : 2023-04-03 21: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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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 피는 봄이 왔지만, 지하상가에 진정한 봄날은 찾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상권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원 합성동 지하상가를 찾았습니다.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위치한 대현프리몰 창원점은 지난 1993년 개장한 뒤 마산 대표 쇼핑몰로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마산역과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이 근방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지하임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지요.

    이곳 시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하는 등 전면 리모델링도 해 2014년 재개장했습니다.

    지난달 하순께 방문한 지하상가는 봄을 맞아 꽃단장이 한창이었습니다. 합성동 지하상가의 마스코트인 ‘다팡이’와 화사한 벚꽃나무 장식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팡은 판다 캐릭터인데 ‘없는 것 없이 모두 다 판다’의 의미를 담고 있죠. 그러나 현실은 한 점포 건너 한 점포꼴로 문을 닫은 빈 점포들이 보입니다. 여러 공실에 작가나 미술학원 등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썰렁함을 가리고 있었지만, 아예 가려놓은 공실도 줄지었습니다. ‘가족을 모십니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을 뿐입니다. 거대한 공간, 연면적 1만6749㎡ 규모로 왕복 1㎞가 더 되는 지하상가에서 마치 ‘빠진 이’와 같은 공실은 이용객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한 이용객은 “옛날만 못한데 괜히 넓어서 다리만 아프다”라며 얘기했죠.

    지난 2021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합성동 지하상가 내 빈 점포마다 입주 희망자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합성동 지하상가 내 빈 점포마다 입주 희망자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현프리몰에 따르면, 총 411구좌(실평수 4평) 중 131구좌가 비어 공실률은 30%를 넘었습니다. 점포 수로 116곳 영업 중입니다. 2019년 공실이 없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2021년 한때 공실률은 50%를 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안도하기에 이릅니다. 대현프리몰에선 코로나 발생 이후 임대료를 인하해주며 버텼기 때문입니다. 2020년 5억원 적자, 2021년과 2022년 각 15억원 적자를 합해 최근 3년간 총 3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자체 집계 중입니다. 상인들은 2019년과 비교하면 현재 평균 매출이 절반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봄맞이 꽃단장을 한 지하상가
    봄맞이 꽃단장을 한 지하상가

    상인들은 버틸 여력이 많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28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익명의 한 상인은 절박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경남의 강남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다니는 사람이 삼분의 일도 안 돼요. 한평생을 바친 곳입니다. 좋은 점을 잘 부각해서 사람이 많이 오게 홍보해주세요.” 또 지하상가 개장 당시부터 여태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김진원 상인회장 역시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라며 도와줄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상권이 커지는 사이 여긴 보시다시피 많이 피폐해지지 않았나. 상인과 관리업체에서 상권을 살려보려 온갖 애를 쓰고 있는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습니다. 상인들은 향후 예정된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과 같은 교통체계의 변화나 다른 대형쇼핑몰 건립 시에 손님이 훨씬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에도 떨고 있었습니다.

    공실에 ‘기억하라 나의 창원-미래: 내일 그리고 희망’이란 주제로 코로나 극복 희망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공실에 ‘기억하라 나의 창원-미래: 내일 그리고 희망’이란 주제로 코로나 극복 희망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지하상가 공실에서 열리고 있는 캠페인 전시에서 한 시민이 남기고 간 쪽지
    지하상가 공실에서 열리고 있는 캠페인 전시에서 한 시민이 남기고 간 쪽지

    합성동 지하상가를 살리는 것은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창원시와도 상관이 없는 일은 아닙니다. 지하상가는 시로 기부채납을 전제로 민간 사업자가 일정 기간 관리운영권을 보장받는 형식으로 개발됐기 때문이죠. 결국 시의 소유이기 때문에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닌 셈입니다. 먼저 시급한 판단이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경과를 보면, 1993년 ㈜대현프리몰의 전신인 대현실업㈜이 ‘합성동 도시계획사업 시설투자자 공모’ 참여를 통해 사업비 250억원을 들여 개발했습니다. 20년 사용기간 만료를 앞둘 무렵 2013년에 ‘위탁운영 및 대수선(리모델링) 사업자공모’에도 선정돼 296억원을 더 투자하고 지금껏 운영하고 있습니다. 협약대로라면 2034년 4월까지 운영하게 되지만, 대현프리몰에선 시에 사용기간을 연장해달라며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현프리몰은 사용기간이 연장될 경우 그 기간만큼 수익을 낼 수 있어 적자를 메울 수 있고, 상인 지원에 더 투자할 수 있어 상권이 훨씬 안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 투입 예산 대비 사용기간을 따졌을 때 연간 15억원은 벌어야 본전인 셈인데, 본전도 건지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대현프리몰은 공실이 없던 2019년 5억3000만원가량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선 창원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손실 기간에 대해 사용기간 연장이 가능한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맡겼습니다.

    다행인 점은 어려운 시기지만 각 주체가 상권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현프리몰은 한·중·일식 식당과 카페 등 브랜드별 ‘F&B’ 입점을 추진 중입니다. 상인들도 자생 능력을 키우는데 분주합니다. 시는 합성동 지하상가가 전통시장으로 등록돼 있어 국·도·시비를 들여가며 지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에선 최근 공실을 두고 창작공간으로 입주할 청년예술인 모집 지원에도 나섰죠.

    우리도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여서입니다. 해법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잊혔던 추억을 꺼내는 일입니다. 이곳 특징은 경남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세 특화 쇼핑몰이라는 점입니다. 추억과 보세가 잘 결합한다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창출할지 모를 일입니다. 지하상가에 ‘꽃피던 시절’ 추억의 사진을 모았습니다. 방법은 수만 명 팔로워와 소통 중인 경남신문 SNS를 통해 널리 공유하는 것입니다. 취재진은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지하상가의 근황을 전하고, 옛 향수를 자극할 복고풍의 패션 사진도 볼 수 있게 했죠.

    ‘패션의 성지’에서 쇼핑을 빼먹을 수 없겠죠. 이곳 주변에서 자라 소년에서 ‘아재(아저씨)’가 된 기자는 가족을 위한 선물을 쇼핑했습니다. 모두의 노력이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키길 희망해봅니다. 서울의 이야기이지만 인쇄소가 유명한 을지로는 몇몇 가게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 말로 ‘힙(유행에 밝고 신선)’한 가게가 많다는 뜻으로 ‘힙지로’라 불리게 됐으니 말이죠. 그런 의미로 자칭 동네 해결사가 합성동 지하상가란 이름을 대신해 ‘힙지하’ 란 별칭도 붙여봤습니다.

    취재수첩

    1. 합성동 지상 상인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 이들은 “지하가 살아야 지상이 산다”며 상권 활성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2. 합성동 지하상가의 특징은?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옷이 하루도 안 지나서 여기 다 있다.”, “리모델링 후 시설이 좋아져 여름에 시원, 겨울에 따뜻, 공기도 쾌적.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 중.”

    글·사진=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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