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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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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3-04-03 19: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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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 조사’ 결과,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상담사가 전체의 48%에 달했다. 4년 전 조사 때보다 폭언이나 성희롱 등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더 늘었다. 2021년 민주노총이 콜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들었다는 응답이 90%가 넘었다. 전체 응답자의 80% 이상은 우울증 위험군에 속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최근 콜센터 상담사 등 감정노동자들이 악성 고객의 반복적 욕설과 성희롱 등에 시달리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업주의 예방조치 미시행 시 벌칙조항 신설, 악성 민원인의 폭언 등에 대한 삼진아웃제와 성희롱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명시적 도입, 3회 이상 욕설 등 악성 고객에 대한 이용제한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기업 근로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공서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공무원들이 제지하며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60대 민원인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원인을 밖으로 내보낸 공무원들의 행위가 민원 안내 업무 담당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뒤집혔다. 대법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재판부는 민원인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월 민원처리법을 개정해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조치를 의무화했고, 같은 해 7월 안전장비 설치, 안전요원 배치 등 의무사항을 강화한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금도 도내 지자체는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경찰과 합동훈련을 한다. 억울하지 않은 민원이 있겠냐마는 상대 역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두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차상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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