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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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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튀르키예야, 빨리 회복하렴- 윤영미(서예가)

  • 기사입력 : 2023-02-13 19: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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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여름 한 달 동안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보냈다. 그즈음 우리가 알고 있던 터키는 튀르키예로 국명이 바뀌게 되었고, 입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튀르키예가 자연스러워질 무렵 나는 그들과 끈끈하게 맺어져 있었다. 서예가로서 떠났던 튀르키예에서 일상을 매일 페이스북으로 올리며 튀르키예 사람들과의 교류를 보여 주었고 앙카라에서 펼쳐진 서예 개인전도 튀르키예 사람들과 함께 즐기게 되었다. 그렇기에 내 주변 사람들은 튀르키예라는 나라가 낯설지 않다. 다녀온 이후 터키 커피와 그곳에서 보내오는 올리브와 치즈 그리고 로쿰을 차려놓고 손님들을 초대하게 되었고, 지금은 틈이 나면 유튜브로 들어가 튀르키예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언어까지도 공부하게 되었다.

    얼마 전, 튀르키예 친구와 영상통화를 마치고 오전 일정을 시작하려는데 뉴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튀르키예의 강진 소식이다. 재빨리 검색해 보니 남동부 시리아와 접경해 있는 가지안테프 쪽이었기에 앙카라와는 꽤 먼 지역이다. 튀르키예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8배이니 잠시 안도의 숨을 쉬었다. 튀르키예에서 지내며 그들에게 아나톨리아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연일 뉴스에서는 아나톨리아 단층대를 이야기했다. 수천 킬로 떨어진 민족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그곳의 소식이 같은 가족의 언어로 다가와 있었기에 종일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점점 상황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지인들의 안위만을 염려할 단계가 아니었다. 인간이라면 함께 슬퍼하지 아니할 수 없는 국면에 치닫고 있었다. 골든타임이 점점 지나가고 수천 명의 사망자에서 일만 이만 삼만 단위의 사망자가 집계된다.

    매일 안부를 묻고 일상을 영상으로 나누던 튀르키예 친구와의 통화가 조심스러워졌다. 튀르키예는 거리마다 대형국기가 펄럭이고, 상점이나 가정에 튀르키예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튜르크의 사진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을 보며 국가에 대한 애정도가 참 남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오스만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그들에게 이런 참사가 일어났으니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형제의 일처럼 슬퍼할 그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슬림이지만 주변 다른 아랍민족과는 다르게 매우 자유분방한 유럽을 닮은 튀르키예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서예가를 참 따뜻하게 사랑해 주었다.

    그날 이후 웃고 떠들썩한 페이스북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댓글조차 웃는 이모티콘을 넣기가 조심스러웠다. 튀르키예 친구가 많이 연결되어 있는 페이스북이 조심스러웠다. 시차가 여섯 시간 차이 나는 먼 나라 튀르키예에서 들려오는 슬픔과 희망을 매일 매 순간 바라보면서 얼굴이 밝아지지 않는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은 서예가는 우울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책 출판을 앞두고 출판사로 최종 원고를 넘긴 후 튀르키예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봄이 시작되는 삼월쯤에는 튀르키예 전 국토를 여행하며 지난여름 전시 때문에 다니지 못했던 튀르키예와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붓과 종이를 챙겨 서예가의 글씨 버스킹을 꿈꿨다. 날씨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니 추운 계절을 피해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봄소식보다 먼저 참담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없이 친절한 민족이 튀르키예 사람이다. 형제국이라고 서로가 애칭 하며 남다른 애정을 나눈다. 그런 튀르키예가 리라 화폐가치가 떨어져 국민 호주머니 경제가 불안하더니 이젠 강진으로 세계사람들의 심장을 먹먹하게 해 버렸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튀르키예 군인이 배고픈 한국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모습과 2023년 지진현장에서 튀르키예 아이에게 한국구조대원이 먹을 것을 주는 모습의 그림 두 컷을 보면서 서예가는 붓으로 쓰며 주문을 외운다. ‘튀르키예야, 빨리 회복하렴.’

    윤영미(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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