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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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남해안 멸치어선 불법개조 (하) 전수 조사해 뿌리 뽑아야

불법선단 싹쓸이 조업에 일반선단 도산 위기

  • 기사입력 : 2020-04-02 21: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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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선권현망 선단의 멸치잡이는 7월 1일부터 조업에 들어가 다음 해 3월 말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선단들은 남해, 통영, 거제, 울산까지 멸치 어군을 따라 남해안 연안과 근해를 돌아다니며 조업한다. 특히 멸치 떼의 주요 회유 길목인 욕지도 남방 해역이 기선권현망 선단의 주요 어장이다.

    ◇좁은 연안 해역서 경쟁하며 조업= 기선권현망 어업은 수산업법상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근해어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연안을 따라 떼로 몰려다니는 멸치의 특성으로 실제 조업은 연안 해역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기선권현망 어업은 동종 선단 간 조업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어업이다. 한 해역에 많게는 20여개 선단이 경쟁하며 조업한다.

    이같은 조업경쟁에서 고출력엔진으로 무장하고 개조·증축으로 덩치를 키운 선단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될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그물의 크기가 다른 만큼 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한 방’(한 번 그물을 내렸다 올리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선권현망 선단이 그물을 내린 후 예망(그물을 끄는 것)을 거쳐 다시 올리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로 하루에 많아야 8~9방이 한계다. 더욱이 동종 업계 내부의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해 기선권현망 업계가 자체적으로 조업시간을 제한하면서 ‘한 방’의 크기에 따라 선단의 어획량이 결정되는 실정이다.

    기선권현망 선단이 끌어올린 그물에 멸치떼가 잡힌 모습. 기선권현망 선단이 사용하는 그물은 전체 1㎞에 이르고 멸치가 담기는 자루그물 길이만 70~80m에 이른다./경남신문DB/
    기선권현망 선단이 끌어올린 그물에 멸치떼가 잡힌 모습. 기선권현망 선단이 사용하는 그물은 전체 1㎞에 이르고 멸치가 담기는 자루그물 길이만 70~80m에 이른다./경남신문DB/

    ◇불법선단은 ‘부익부’, 정상선단은 ‘빈익빈’= 개조·증축에 고출력엔진까지 장착한 이들 불법선단은 일반 선단보다 더 큰 그물을 끌 수 있어 한 번 작업에 1.5~2배 가까운 어획량 차이를 보인다고 선원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같은 바다에서 조업함에도 불구하고 선단 간 경영수지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해수부가 근해어선을 상대로 자율감척 신청을 받은 결과 5개 선단의 감척이 결정될 만큼 기선권현망 업계는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면 불법으로 덩치를 키우고 고출력 엔진을 장착한 선단들은 멸치를 싹쓸이하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선권현망 선단의 1년 어획고는 평균 30억원 안팎으로 조업 실적이 저조한 해는 20억 이하로도 떨어지지만, 이들 불법 선단들은 40억 이상의 어획고를 올린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불법선단들이 멸치를 싹쓸이하면서 기선권현망 업계 내부에서는 위화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번 투서사건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수조사로 뿌리 뽑아야= 어민들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조잡한 봉인을 이유로 고출력 엔진 장착을 눈감아 준 것이 불법 개조·증축으로 이어졌고, 결국 투서까지 부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해경과 경남도, 지자체 등 수산당국이 관리·단속에 손을 놓아 화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상적으로 조업하는 선단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어민들은 이제라도 정상적으로 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어로장은 “불법으로 개조한 것을 뻔히 아는 배들이 눈앞에서 멸치를 싹쓸이해 가는 것을 보고 있는 그 심정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며 “관련 당국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아예 모르는 건지 속만 상할 뿐”이라고 말했다.

    선주 A씨는 “애초에 고출력 엔진을 장착하도록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기선권현망 업계가 불법으로 배를 키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에야 말로 바로잡아 정상적인 환경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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