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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부의 손길, 세상을 밝힌다 (3) 진해 홍진옥씨

아이들 위해 공부방 차려 30년간 헌신
1989년 속천 빈 꼬막공장에
‘샘바위공부방’ 문 열어

  • 기사입력 : 2019-12-29 20: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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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의 아이들이니까요.” 지역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온 이가 있다. 30년 전 창원 진해의 속천에 자선 공부방을 열었고, 지금은 진해 덕산에서 샘바위공부방 지역아동센터를 운영 중인 홍진옥(64)씨의 이야기다.

    홍진옥 샘바위공부방 지역아동센터장이 아이들 공부방에서 활짝 웃고 있다.
    홍진옥 샘바위공부방 지역아동센터장이 아이들 공부방에서 활짝 웃고 있다.

    홍 씨는 지난 1989년 진해 속천동 빈 꼬막공장에 ‘샘바위공부방’을 열었다. 이 공부방으로 100명 넘는 굶주린 아이들이 몰렸다. 당시 속천엔 어부들이 배를 타고 바다나 섬에 나가 일을 하고, 그 자녀들은 육지에서 학교를 다녀와 방 한 칸에 모여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 부모는 일주일 한 번 육지로 돌아와 아이들 먹을거리를 챙기곤 했지만, 실상 아이들은 굶기 일쑤였고 돌볼 사람은 없었다.

    홍 씨는 이 아이들을 보듬으려 샘바위공부방을 열었다. “방 한 칸마다 아이들이 모여 있어요. 이 아이들 저녁부터 챙겨야겠다. 김치와 두부, 콩나물밖에 차려주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참 잘 먹었어요. 배는 안 굶주리게 했죠.”

    홍 씨는 진해에서 나고 자라 수녀를 꿈꿨다. 그러나 수녀원을 나와 아이들 교육을 위한 일을 위해 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고향에서 빈 공장을 임대해 이 공부방을 차렸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지금까지 30년 세월을 지역 아동을 보살피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 것이 버팀목이 됐어요. 유명한 빵집에선 빵을 지원해줘 아이들 간식 걱정은 덜었고, 해군부대 장병들이나 많은 선생님 등이 자원봉사에 나서줘서 아이들을 더 잘 보살피고 제대로 된 교육도 할 수 있었어요. 참 고맙죠.”

    공부방은 속천에서 3년 정도 있다가 아이들 수에 맞춰 몇 차례 옮겨 지금 자리에 이르렀다. 지난 2004년 공부방들이 법제화되면서 이곳도 지역아동센터가 됐다. 이때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아 아이들 돌보는 데 경제적 부담은 덜었지만 다른 고민이 많다.

    “공부방을 아동센터로 바꾸지 않으려 버티다가 전환됐어요. 운영기준에 따라 29명을 제외하고 아이들을 내보내야 했는데, 이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추진됐으니까요. 센터에선 지금 한부모 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등 아이들을 주로 받는데, 이 기준에 들지 않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요. 동네에서 자라는 모든 아이들이 어울려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싶어요.”

    그는 “옳은 가치라기보다 이 일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살았다”며 “제 소망이 누구나 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30년 전 아이들이 지금 잘 지내는 것을 보면 그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글·사진=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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