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주남저수지 승합차 추락] “사람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물속 뛰어들어”

정년퇴직 3개월 앞둔 김종호 경정
차량 내부 더듬어 갇힌 시민 구조

  • 기사입력 : 2018-03-21 22:00:00
  •   
  •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라는 말도 있지만, 정년퇴직을 불과 3개월 앞둔 창원서부경찰서 김종호(60·경정) 여성청소년과장은 달랐다. 그는 물에 빠진 승합차 속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없이 수심 2m의 저수지로 뛰어들었다.

    지난 19일 낮 12시 30분께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옆 한 식당 주차장에서 30~40대 여성 6명을 태운 승합차가 주차 중 저수지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6명 중 4명은 스스로 차량 밖으로 대피했지만, 나머지는 2명은 탈출하지 못한 채 승합차와 함께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메인이미지
    주남저수지에 추락한 승합차에서 시민을 구하고 있는 김종호(원 안) 경정./경남경찰청/


    긴박했던 순간, 식당에서 창원서부경찰서 동료들과 식사 중이던 김 과장은 이를 목격하고 가장 먼저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그는 입고 있던 점퍼와 안경을 벗어던지고 발이 닿지 않는 2m 깊이의 저수지로 몸을 던졌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흙탕물 속에서 김 과장은 차량 내부를 더듬으며, 차량에 갇힌 시민들을 구조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공간에서 자칫 잘못하면 차량 속 시민이 자신을 끌어당겨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김 과장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당장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면서 “시민이 위험에 빠졌는데 경찰이 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과장은 오는 6월 30일 정년퇴직한다. 퇴직을 앞둔 대다수 직장인들이 그렇듯 조금씩은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과장은 “퇴직하면 쉴 건데 뭐하러”라며 휴가도 내지 않고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

    김 과장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곧바로 행동에 나서는 경찰이었다. 지난 2005년 창원중부경찰서 신월지구대장 시절, 지구대 인근 통닭집에서 화재가 나자 곧바로 소화기를 들고 진화에 나섰다가 위험한 지경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2000년 5월에는 동거녀의 언니를 공기총으로 살해한 범인과 대치하던 상황에서, 공기총을 든 범인이 있는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 검거하기도 했다.

    김 과장은 “체질인 것 같다. 경찰이 되기 전부터도 사람들이 회피하는 것을 먼저 나서 하곤 했다”며 “그 과정에 몸을 다치기도 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안대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