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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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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신중한 언행- 정오복(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5-1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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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해 말 많고 탈 많던 사천이 이번엔 막말 파동을 겪고 있다. 9일 경남도의회 예결위 예산안 심사에서 사천시 관련 6건 11억6000만원이 삭감됐다. 지난달 4일 도의회 건설소방위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송도근 사천시장의 “일개 도의원이…” 발언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사업추진 의지 부족’ 등을 삭감 이유로 밝혔지만, 송 시장의 모욕성 발언에 대한 보복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 도의원의 갑질로 촉발됐다. 도비 지원과 관련, “도지사에게만 요청하면 뭐 하느냐, 예산 심의·의결권은 우리에게 있는데…. 도의원에게 요청했느냐, 안 주면 어떡할 거냐?”며 따졌다고 한다. 더욱이 “시장님과 우리는 색깔이 다르지 않느냐”고 말하는 등 새누리당 의원의 ‘무소속 단체장 군기잡기’도 자행됐다고 한다. 지방의회의 저급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시장의 ‘불뚝 성질’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고희를 앞둔 송 시장의 노회함으로 얼마든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권한의 지자체장은 ‘을’이 되지도, 될 수도 없다. 더욱이 비굴해질 필요도 없다. 다만 도의회의 권위와 권한, 기능을 존중하고 응대하면 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송 시장이 도의회를 사과 방문했다. 하지만 한 달이나 지난 데다 도비 삭감 조짐이 노골화된 뒤에야 찾음으로써 진정성을 의심받기까지 했다. 그런데다 이날 경남시장군수협의회의 ‘홍준표 지사 소환 반대회견’ 참여활동과 겹치면서 오히려 도의원들의 반감을 사면서 화해는 불발됐다.

    지자체장에게는 여러 덕목이 필요하다. 그중 지역민을 위한 세일즈 의식이 중요해졌다. 지난 8월 사천시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강행할 당시 시 집행부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시의 핵심 프로젝트 사업들의 국·도비 예산 확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논리로 시의회를 압박한 전례가 있다. 도의원의 억지 발언에 유연하게 대처했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얼마 전 타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정부에게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고 말한 적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투사다운 김 전 대통령의 용감한 발언에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일 외교 중단사태까지 초래한 발언의 대가는 너무 아프고 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지혜를 되새겨 볼 대목이다. 도쿠가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집요한 감시와 견제, 숱한 모욕에도 인내로 버텼다. 그리고 ‘통일 일본’을 정립한 진정한 승자가 되지 않았나.

    정오복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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