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동서남북] 굿바이 88고속도로- 서영훈(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5-12-07 07:00:00
  •   
  • 메인이미지

    차를 몰고 88올림픽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마의 고속도로’ ‘죽음의 고속도로’라는 오명이 붙은 이 고속도로를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었다.

    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고, 또 일어났다 하면 사망자가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사고가 많았다. 한때 사고 치사율이 40%대에 이르기도 했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 도로이다 보니 최고 제한속도가 80km/h에 머물렀다. 일부 급커브 구간의 경우 60km/h로 더 낮게 설정됐다. 부분적으로는 중앙선을 넘는 추월차선까지 있었다. 당연히 사고는 많았고, 이에 따라 운전자들의 두려움은 컸다.

    말이 고속도로이지 실상은 일반국도에도 미치지 못했다.

    88올림픽고속도로는 지난 1984년 개통했다. 5공화국 들어 추진됐고 완성됐다. 사업 추진과정에서는 동서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88올림픽 유치를 기념하며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

    시점은 전남 담양군 고서분기점, 종점은 대구 옥포분기점으로, 총연장은 180km를 조금 넘는다.

    영동고속도로처럼 한반도의 동과 서를 횡단하는 고속도로로, 험준한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이 도로가 개통하면서 대구와 광주를 잇는 시간이 1시간가량 단축됐다.

    이로 인해 영호남의 인적 또는 물적 교류의 물리적 장애가 축소됐을 뿐 아니라, 경남의 거창이나 합천, 함양, 전남 남원 등 교통 오지로 남아 있던 지역의 교통편의가 크게 향상됐다. 또 지리산 및 가야산국립공원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좋아지면서 이 일대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왕복 2차로에다 꼬불꼬불한 선형이 문제였다. 끊이지 않는 사고와 높은 치사율로 고속도로 기능에 의문이 생겼다.

    도로 확장을 바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개통 24년 만인 지난 2008년 이미 6차로로 확장돼 있던 일부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154.9㎞에 대한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88고속도로는 이달 22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이름도 광주-대구 간 고속도로로 바뀐다. 4차로 확장과 함께 선형개량도 이뤄지면서, 대구와 광주 사이의 물리적 시간이 2시간 12분에서 1시간 42분으로 30분쯤 줄어든다. 교통사고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확장 개통으로 이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도 자연스레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거창 등 사실상 교통 오지나 다름없는 지역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확장 개통식에 앞서 대부분의 확장구간이 임시개통됐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차량들은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내달리고 있다. 굿바이 88고속도로!

    서영훈 (사회2부 부국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