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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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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산청군 전·현직 군수의 아름다운 모습- 김윤식(사회2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5-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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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허기도 군수와 이재근 전 군수 등 지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허기도 군수가 먼저 소주잔을 권하면서 “형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늘 건강하시지요. 자주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고 말을 꺼내자 이 전 군수는 “군수님이 군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군정을 잘 보살피고 있다는 좋은 여론이 돌고 있으니 기분이 좋습니다”고 답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전·현직 군수가 한자리에 앉아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하자 배석한 사람들이 모두 웃으면서 좋은 식사 자리를 마무리했다. 실제 허 군수와 이 전 군수는 산청군이 낳은 보배라고 해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군수 선거를 앞두고 이 전 군수는 단체장은 재선으로 충분하다며 3선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타의에 의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싸여 무혐의로 끝나자 이 전 군수의 추종자들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3선을 권유했다. 그가 잠시 망설이고 있는 시점에 당시 허기도 도의원이 군청 간부와 군의원과 함께 있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형님,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다음 행보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면서 소주잔을 권하자 이 전 군수는 “아무리 군수가 좋은 자리인 줄 몰라도 지금까지 당신과 내가 같이한 세월이 있는데 어떻게 선거벽보를 같이 붙일 수 있겠소. 나는 지금까지 단체장은 재선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했지 3선에 출마한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3선 출마를 일축했다.

    당시 자리를 같이한 사람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대부분 시·군은 단체장을 하기 위해 서로 헐뜯고 험담하면서 선거에 임하고 선거가 끝나면 서로의 약점을 잡아 고소·고발이 난무하는데 비해 산청군의 미래는 밝다면서 앞으로 이런 모습을 후배 정치인들도 보고 배워야 한다고 한마디씩 했다.

    1970년대 중반 먹음직스러운 라면 한 그릇을 사이에 두고 형과 동생이 양보하는 한 라면 광고의 대사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말이 있다. 이는 너도나도 어려웠던 시절 라면 한 그릇을 놓고 주거니 받거니 서로 양보하는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내년에 총선이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출마해 서로 헐뜯고 험담하면서 고소·고발이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선비의 고장 산청에 와서 위의 두 전·현직 수장처럼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배우면서 선거에 임하기를 바란다. 특히 허 군수는 초심을 잃지 말고 지금처럼 고향 선후배로 이 전 군수와 잘 지내는 모습을 군민들은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군정을 챙길 것을 주문한다.

    김윤식 (사회2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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