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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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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노인과 관심- 전강준(사회2부 부장)

  • 기사입력 : 2013-10-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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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0일 부산 도심 주택가에서 숨진 지 5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할머니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백골 상태로 겨울옷을 9겹이나 껴입고 있었으며 손에는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녀의 죽음을 아무도 몰랐다. 이 집은 다가구주택으로 모두 3가구가 살고 있었으며 그녀는 1999년부터 혼자 살았다 한다. 2008년부터 자취를 감춘 뒤 이웃은 그녀가 이사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부산에서는 지난 1월과 2월에도 숨진 지 6년, 2년이 된 백골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모두 가족, 이웃과의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내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고독사로 사망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TV 방영으로 잘 알려진 맥도날드 할머니, 빈민촌 같은 쪽방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 어르신들. 일일이 열거하지도 못할 정도로 너무나 많다. 이들은 가족이 없거나, 혹은 멀어진 경우이다. 홀로 쓸쓸한 노년을 보내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조차 혼자인 것이다.

    #지난 8월 13일 인천에서 10억 원대 원룸 건물을 보유한 모자(母子)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어머니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한 건 둘째 아들. 인천 모자 살해 사건의 시작이다. 어머니와 큰아들은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에서 각각 주검으로 발견됐다. 용의자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한 아들이다.

    도박빚을 진 둘째 아들의 소행이었다. 그는 존속살해,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고, 살인 모의 혐의를 받던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외에도 도박에 물들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아들이 유산을 노린 존속살인도 많다. 우리나라는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패륜범죄가 고독사에 못지않을 정도로 도처에 널려 있다.

    #어르신들의 억울한 죽음은 2가지로 나뉜다. 고독사와 패륜범죄의 희생이다. 여기에 하나를 첨가한다면 고독사와 뗄 수 없는 노인의 자살이다. 평생 자식을 위해, 가정을 위해 살아온 것이 억울할 정도이다.

    일찍 죽지 않는다면 사람은 살면서 늙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방비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죽음조차도 알아서 해결해야 할 비정한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말하기에는 책임회피이다.

    홍보는 아니지만 가끔 고독사 등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정책 등은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의령의 독거노인공동거주제도 지켜볼 만하다. 벌써 많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해 갔고, 의령군은 50개소로 늘려 전체 280여 명이 함께 생활한다.

    노인들이 경로당, 마을회관을 공동거주지로 도입해 함께 생활하며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고 해결하기 위해 경찰서, 소방서 등 관내 관계기관과의 연계도 강화했다. 그래서 그런지 의령은 고독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억울한 패륜범죄와 자살 등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식들은 멀어졌지만 같은 시대, 같은 꼴의 어르신들은 스스로 함께 공유하며 불의의 사고를 미리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고독사와 억울한 죽음도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 해 1000여 명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과의 1:1 자매결연이든, 독거노인공동거주제든 더 늦기 전에 노인들의 고독, 질병, 빈곤, 살해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겠다. 요즘 신문·TV 보기가 너무 두렵다.

    전강준(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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