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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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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박용덕 창원 감천골 블루베리농원 대표

암 선고 절망 딛고 자연에서 되찾은 행복한 삶
태권도 선수 활동하다 극장 경영…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명성 얻어
2003년 방광암 판정받고 항암치료 3년 만에 ‘6개월 시한부 삶’ 선고

  • 기사입력 : 2012-06-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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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덕 감천골 블루베리 농원 대표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신감리에 있는 농원에서 직접 수확한 블루베리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병마를 이겨낸 후 다시 카메리를 잡은 박용덕 씨가 농원에서 블루베리를 촬영하고 있다.



    그를 보았을 때 첫인상은 젊은 시절 굉장히 부드럽고 귀공자였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20대의 혈기왕성한 시절에는 경남을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로 명성을 날렸고, 20대 중반부터는 극장가에 몸을 담아 마산에서 30년 이상 극장을 경영하면서 이 분야의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극장을 운영하던 중 30대 중반에 우연히 사진을 접한 후 각고의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사진대전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사진작가 반열에 오르고 경남사진계를 이끄는 수장으로도 활동했다.


    ▲ “6개월도 살기 힘들다” 병원서도 포기

    계속 잘나갈 것처럼 보이던 그에게도 시련이 다가온다. 일종의 사형선고인 암에 걸려 수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다른 부분으로 전이돼 6개월 이상 살기 힘들다며 병원에서 포기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삶을 정리하겠다며 들어간 전원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심기 시작한 나무가 그에게 제2의 인생의 길을 열어주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많이 재배되지 않는 블루베리의 전문가로 거듭난 것이다. 도저히 치료가 안 될 것 같았던 암세포도 몸에서 사라지면서 건강도 회복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신감리에서 ‘감천골 블루베리 농원’을 운영하는 박용덕(63) 씨의 얘기이다.


    ▲ 블루베리와의 만남

    지난 14일 창원시 신월동 신문사에서 차를 타고 마창대교와 쌀재 터널을 지나 내서읍 신감리 광산사 인근의 블루베리 농원을 찾아갔다. 광려산 아래에 위치한 1만6500여㎡의 농원에는 18가지 종류의 블루베리 나무 3500그루가 심어져 탐스런 열매들이 하나둘씩 익어가고 있었다. 2m30cm 정도 높이의 나무가 자라는 밭에는 잡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밭고랑 주변으로는 수시로 물을 줄 수 있는 배관시설이 설치돼 있는 등 농원 전체가 잘 정돈돼 있었다. 농원 안쪽으로 들어가자 밀짚 모자를 눌러쓰고 밭에서 부지런히 열매를 수확하던 박 씨가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지난 2003년 우연히 병원에서 건강검진 결과 방광암이란 얘기를 듣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수십 차례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3년째에는 혈액종양으로 전이돼 모든 것을 포기하고 2007년 마산으로 내려와 30년 전에 사두었던 농원으로 들어와 텃밭에 각종 채소를 가꾸며 식생활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면서 감나무와 매실 등이 심어진 밭에다 이들을 모두 뽑아내고 구획정리를 해서 블루베리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내에 재배농가가 많지 않았지만 박 씨가 블루베리를 선택하게 된 것은 자신의 건강 등을 고려할 때 무농약으로 재배해야 하는 작물이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 일본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던 친구가 앞으로 한국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고소득 작물원으로도 괜찮을 것이란 조언도 작용했다.


    ▲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온 정성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2007년 처음에 조직배양목 300~400주를 심었지만 잘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습득하고 농촌진흥청 등에서 하는 각종 교육과 일본 친구로부터 자문 등을 통해 2008년에 다시 심어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의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어 그는 블루베리에 적절한 토양의 배합부터 묘목 선택과 심고 키우는 과정, 지하수 및 배관시설 설치 등을 자신이 직접 부딪혀가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농원으로 들어온 후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를 꼬박 블루베리에 온 정성을 들이며 씨름을 해야 했다.

    이런 노력의 덕택인지 이곳을 방문하는 다른 재배농들은 수확하기 적절할 정도의 높이로 잘 자란 묘목과 탐스럽고 굵은 열매를 보면서 놀란다고 한다. 잘 자란 나무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열매가 열리기 시작해 지난해엔 2.5t을 수확했고, 올해는 3t 정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확한 블루베리는 1㎏에 5만 원 정도에 곧바로 예약 판매되고 있고, 아직까지 국내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직접 책을 쓸 준비를 할 정도로 블루베리에 대한 실력을 쌓은 그는 마산블루베리연구회(10농가) 회장을 맡아 모임을 통한 정보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 그에게서 자연인의 향기가…

    그는 지금까지 생과 위주로 판매해온 블루베리를 앞으로는 잼, 주스, 엑기스 등으로 다양화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판매기한이 6~8월로 한정돼 있고 과수의 수령이 높아지면서 생산량이 많을 경우 생과로 판매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2010년부터 블루베리가 고소득 작물로 소문이 나 심기 붐이 일면서 생산량이 많이 나올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갔다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박용덕 씨. “극장일만 하다가 풀 한 포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농원으로 와서 직접 묘목을 심고 키워서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그리고 건강도 찾았으니 더 이상 좋을 게 없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진정한 자연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는 이제 덤으로 인생을 사는 만큼 주변의 이웃에게도 눈을 돌려 주위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농원을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블루베리 재배법 등 블루베리에 대해 알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농장을 내려오면서 기자는 문득 자연을 벗삼아 자기 자신을 잊은 채 순수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삶이 그에게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사진=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박용덕씨는>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열심히 해서 20대에는 전국체육대회(48~54회) 경남 대표 선수로 참여했고 경남태권도 신인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대 중반부터는 극장가에 몸을 담아 강남극장, 동아극장, 태화극장 등을 운영하다가 2008년 건강상의 이유로 모두 접는다. 또 극장을 운영하던 30대 중반에 사진전문가였던 부산의 김복만(대학 외래강사) 씨에게 지도를 받아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대한민국사진대전 우수상 등 각종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사진작가협회 마산지부장과 경남도지회장, 경남신문사진동우회 회장 등을 맡아 사협 및 사진 발전에도 기여했다. 현재 태권도 동양체육관 36개관 총관장과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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