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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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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도 변해야 한다/이헌장기자

  • 기사입력 : 2011-03-11 09: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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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씁쓸한 소식이다.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의 간판 수비수이자 차세대 국가대표팀을 이끌 홍정호가 팬들에 주먹감자(주먹욕설)를 날렸다. 그것도 올 시즌 개막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발적인 행동이었다 해도 홍정호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어떤 이유에서건 프로선수가 팬들에게 보여준 이런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프로연맹이 내린 홍정호에 대한 징계(3경기 출장정지, 300만원 벌금, 축구 사회봉사 30시간)는 당연하다고 본다. 홍정호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홍정호의 잘못과 함께 축구팬들의 응원 행태를 꼬집고 싶다. 홍정호의 그릇된 행동은 결국 팬들이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 경기를 취재하다 보면 경기장에서 일부 팬들의 비신사적인 응원행태가 도를 넘어섰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원정경기를 따라온 상대팀의 서포터스들의 경우가 특히 더 그렇다.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은 기본이고, 몸이 생명인 선수들을 향해 스스럼없이 이물질을 던지기도 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취재기자도 팬들의 욕설과 행동이 기분 나쁘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 이유 없이 욕을 들어야 하는 선수들의 기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K리그 전설인 경남FC 골키퍼 김병지 선수에게 “경기장에서 상대 서포터스들의 욕설이 심하던데요”라고 물었더니 “더 심한 경우도 많다. 뭐 도 닦는다 생각하고 참고 넘겨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참 씁쓸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국내 최고 베테랑도 팬들의 욕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내 프로리그에서 20년을 뛰었던 최고참 선수도 팬들의 욕설과 비신사적인 행위를 참아내는 게 쉽지가 않은 것이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서면 상대 선수뿐 아니라 일부 축구팬들과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홍정호 사건을 계기로 팬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는 팬들이 변해야 할 때라고.

    이헌장기자(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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