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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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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경남신문 공동기획 '초록기자 세상' (3)

초록기자들, 우포늪 사람들을 만나다

  • 기사입력 : 2010-09-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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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포늪생태관 노용호 관장

    “방문객이 습지 중요성 느낄 때 보람”

    이연경 초록기자(창원 사파고 2학년)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노용호 관장.

    지난 9월 11일 람사르 환경재단 초록기자단이 창녕 우포늪에 도착했을 때, 그 무엇보다 먼저 기자단을 반겼던 것은 잘 어우러진 자연의 향내와 숨결, 아무렇지도 않게 흐드러진 풀과 나무들이었다. 이번 취재의 주제는 ‘우포늪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인데 나는 우포늪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생태관 노용호 관장님을 만나보았다.

    문 : 관장님께서는 경영학박사님이시고 대학교수 경력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생태관 관장님이 되셨나요?

    답 : 이 우포늪은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또 집안 대대로 살아왔던 곳이에요. 생태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환경이나 생물 그 자체에 대해 연구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홍보, 마케팅 같은 경영학 방법도 생태관 운영에 중요하답니다.

    문 :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요?

    답 : 생태관을 방문하신 분들께서 습지에 대한 중요성과 생태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고 돌아가실 때입니다.

    문 : 우포늪 생태관이 다른 생태관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답 : 방문한 분들께 쉽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액션을 이용한 재미있는 설명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관계도 굉장히 좋구요.

    문 : 생태관 관장님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답 : 생태 관련 지식을 활용해서 우포늪을 산업화 특구지역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생태가 환경뿐 아니라 지역의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자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취재를 마치고 생태관 밖으로 나오니 바람 한줄기가 지나갔다, 우포늪을 닮아 마음 넉넉한 노용호 관장님의 웃음소리 같은. 자연을, 생태를, 고향을 지켜가는 이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는 취재였다.


    ■ 김선희 화가- 소벌의 생명력을 화폭에 담는다

    제지운 초록기자(함안여중 2학년)

    <그림으로 우포늪의 지형을 설명하고 있는 김선희 화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9월 취재 여행을 떠난 초록기자들은 우포늪에서 김선희 화가를 만났다.

    “소벌(우포의 우리말 이름)의 생명력을 그려 만인과 자연의 감동을 나누고 싶다.” 작품에 관한 어떤 질문 끝에도 결론은 이렇게 하나였다.

    50대의 그녀는 우포에서 태어나 학교도 우포 근처로 다녔다. 젊은 시절을 도시에서 보내고 작품에 전념하기 위해 그녀는 9년 전 다시 우포로 돌아왔다. 경제적, 문화적 장점을 지닌 도시 생활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들을 뒤로하고 그녀를 시골로 오게 한 힘은 단지 그림 작업에 대한 열정과 고향이었다. 김씨는 “어릴 적 소풍은 항상 우포늪이었다. 지금은 많이 개발이 돼서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하며 옅은 웃음을 띠어 보였다.

    2008 람사르 총회 이후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이제 전 국민의 관심거리가 된 우포는 원래와는 다른 수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비포장도로는 반듯하게 포장되고 전망대와 생태학습관도 지어졌다. 이에 대해 김씨는 “꾸미고 차린 우포보다는 자연 그대로가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본래 우포늪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만의 ‘소벌 명당’을 소개했다. 그녀의 대작 ‘우포의 사계’의 배경이 된 목포와 우포, 사지포가 한눈에 보이는 목포 둑과 사지포의 버드나무 숲이, 바로 소벌의 명당이다.

    갤러리에서 그녀는 우리 초록기자단에게 여러 그림들을 보여주고 우포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곳에서 마치 찢겨진 지도 조각을 맞춰 나가듯 이 그림 저 그림을 오가면서 넓디넓은 우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창녕군 대지면에 위치한 ‘우포늪 따오기 갤러리’는 이번 10월 20일경 문을 열 예정이다. 그곳에서는 우포늪의 바람과 그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생태가이드 노기돌씨- “체험으로 우포를 알게 하지요”

    강나은 초록기자(마산 합포중 3학년)

     

    생태가이드 노기돌씨.

    9월 11일 초록 기자단은 우포로 취재 여행을 떠났다. 인터뷰 대상자 중에서 우포에 대해서, 또 생태가이드로서의 삶에 대해서 모두 여쭤볼 수 있는 분인 것 같아 노기돌 선생님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한마디로 우포와 하나가 된 분이셨다.

    문 : 전직 화가시잖아요. 그런데 왜 화가를 그만두시고 생태가이드로 활동을 하시나요?

    답 : 군대에 있을 때 사격을 하다가 팔에 상처를 입은 계기로 그림 그리는 걸 중단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 몇년간 제조업체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호텔에서 통역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지극히 조직적이라, 창조적인 것을 추구하는 저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향인 우포로 돌아와 생태가이드로 활동 중입니다.

    문 : 우포에 견학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주로 어떤 방식으로 가이드하려고 하나요?

    답 : 저는 주로 해설을 하기보다는 체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우포를 느끼게 합니다. 실제로 제 프로그램은 거의 체험이 90% 정도를 차지합니다. 우포의 속살을 보여주려면 경관보다는 체험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야 합니다. 배도 타 보고 수생 식물도 만져 보고 해야 우포를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요.

    문 : 지금 만약 꿈이나 목표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답 : 저의 꿈은 여러분을 저의 제자로 두는 것입니다(웃음). 만약 여러분들 중 한 명이라도 저와 같은 이런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정말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습니다.

    문 : 우포에 서식하는 식물들 중 특별히 좋아하는 식물이 있습니까?

    답 : 네, 특별히 좋아하는 식물 있죠. 가시연이요. 저는 식물을 볼 때 항상 꽃말이라는 걸 중요시하는데 가시연의 꽃말은 ‘진실’입니다.

    문 : 우포는 선생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답 : 마치 어머니의 젖무덤 같아요. 그러니까 그만큼 편하다는 뜻이에요. 어머니는 모든 것을 대가 없이 주시고 저를 이해해 주고 항상 받아주시잖아요. 우포는 저에게 그런 의미예요.

    문 : 선생님은 언제 우포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나요?

    답 : 마음이 아플 때요. 마음이 아플 때 밤에 누워서 우포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눈물이 흘러요. 우포는 마치 어머니의 젖무덤같이 편하고 따뜻한 곳이라서 모든 긴장이 풀려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시는 노기돌 선생님과 더 많은 체험을 할 만큼의 시간이 없었던 우리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 따오기복원센터 장지덕 학예사

    “우포 주변에 따오기 먹이 많이 살게 해야”

    임수군 초록기자(창원 웅남중 1학년)

    따오기복원센터의 장지덕 학예사.

    우포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서도 특히 따오기 소식이 궁금해 따오기복원센터를 찾아가서 장지덕 학예사를 만났다.

    센터에는 입구부터 출입제한 마크와 사진 촬영 금지 팻말이 여러 군데 붙어 있었고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한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망도 있었다. 그 안에 위치한 연구실로 가서 학예사의 안내를 통해 먼저 CCTV로 따오기의 모습을 보았다.

    복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지덕 학예사는 1976년에 태어나 동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처음 새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라고 한다. 그 뒤부터 새를 아주 좋아하게 되어 마침내 따오기 종복원 업무까지 하게 된 것이다.

    따오기에게는 쇠고기 함량이 75%인 인공사료를 환으로 만들어 먹인다. 자연 상태로 방사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오후에는 사육실 안에 있는 자그마한 연못에 풀어놓은 미꾸라지를 직접 잡아먹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생태계는 사육장 속의 연못처럼 좁지 않고 작은 물고기 역시 화학비료 때문에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따오기의 복원이 성공하려면 우포 주변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미꾸라지 같은 따오기 먹이가 많이 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장 학예사는 숙직일 경우 24시간 따오기를 관찰해야 하며, 따오기가 먹는 먹이를 환으로 만드는 것까지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이 분야의 최고이며, ‘따오기 복원에 있어서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었다. 따오기 복원을 성공시킨 다음에는 대학교에서 종복원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교수로 일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 소벌생태문화연구소 김경 소장

    “우포 식생·생태시스템 자료화 작업”

    최윤영(마산여고 1학년)·정하은(마산제일여고 1학년) 초록기자

    소벌생태문화연구소 김경 소장.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9월 11일, 초록기자단은 경남 창녕군 우포늪으로 취재여행을 떠났다. 팀별 인터뷰 시간을 갖게 되어 우리는 소벌생태문화연구소 김경 소장님과 인터뷰하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인터뷰라 우리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푸근한 인상을 가진 소장님은 우리를 반갑게 웃으며 맞아 주셨다.

    문 : 우선 선생님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저는 창녕 사람입니다. 우포에서 10km 위쪽에 있는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초·중·고교를 여기서 졸업했고요. 경남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이후에 창원대 겸임교수를 지냈습니다.

    문 : 연구소를 직접 설립했다고 들었는데 그 계기가 있다면?

    답 : 우포는 미래에 큰 비전이 있었지만 우포와 관련된 단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공신력을 갖춘 우포만의 연구소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창녕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문 : 우포늪과 관련해 어떤 연구를 하나요?

    답 : 어류, 패류, 침수식물, 수생식물, 야생초, 곤충, 양서류, 파충류, 새 등 우포늪에 사는 모든 생물을 연구합니다. 어디에서 날아오고, 먹이는 무엇을 먹고, 우포의 식생은 어떻게 되며, 개체가 얼마나 빠르게 자라며, 어떻게 변이가 되고 우포늪의 숨겨진 부분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관찰합니다. 모니터링을 빼놓지 않고 하면서 우포의 식생분포와 전체적인 생태시스템을 하나하나 자료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 : 옛날에 비해 우포늪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답 :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십년 전까지는 변화가 없다가 오십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습지의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포는 낙동강의 일부인데 낙동강 위쪽에 댐이 생기면서 물이 넘쳐흐르지 않고 한곳에 갇히게 되니까 습지에 물이 모자라 자연적으로 땅이 되었습니다.

    문 : 우포늪을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가면 좋을까요?

    답 :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최고 좋은 방법입니다. 내버려두되 사람도 우포의 한 생물종으로서 논고동을 캐고 소도 기르면서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것이 가장 좋죠.


    ■ 만능일꾼 농민 성기순씨- "농사짓는 게 자랑스러워"

    이준 초록기자(창원대산고 1학년)

     

    성기순씨가 운영했던 향토음식 식당.

    “처음 시집 왔었을 땐 농사짓는다는 게 부끄러웠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이젠 농군이란 직업이 자랑스럽습니다.”

    성기순씨를 인터뷰 했을 때 가장 자신 있게 말하는 대목 중 하나였다.

    성씨는 농사에 자부심이 묻어나는 창녕 우포늪의 진정한 농군이었다. 그리고 농사뿐만이 아닌 군부녀회장까지 지냈고, 또한 향토 음식연구, 우포늪 홍보, 봉사활동, 자연 친화적 농법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했고 지금도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성씨는 2008년 람사르총회로 창녕이 주목 받을 때 마땅한 식당이 없는 것을 알고 ‘우포랑 따오기랑’이라는 식당을 개업했다고 한다. 향토 음식 연구회를 하면서 향토 음식에 눈을 떴고, 창녕 특산물인 논고동국을 메뉴로 한 식당을 연 것이다. 그 후 식당 일과 농사 일을 겸하기가 힘들어 지금은 식당을 이웃에게 부탁하고 농사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친환경농법인 ‘쌀겨농법’을 이용해 화학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대신 쑥을 설탕에 절여 여러 가지 천연 재료를 넣은 천연 농약을 이용하는데, 제조 과정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일반 농법보다 훨씬 힘이 든다고 한다.

    이렇게 힘이 드는 데도 우포늪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농업을 고집하고 있는 이런 농민이 있어서 앞으로 우포늪은 더욱 발전할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단한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좋은 말씀을 많이 듣게 되어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뿌듯했다.


    다섯평의 생태 공간 ‘둠벙’을 아시나요?

    김종현 초록기자(고성철성고 3학년)

    고성읍 월평리 매수마을의 둠벙.

    독자 여러분은 ‘둠벙’을 아시나요? 아마 생소한 단어일 것입니다. 둠벙이란 옛날 농부들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물을 가둬둔 5평 남짓한 인공 저수지와 비슷한 곳입니다. 둠벙은 1년 365일 물이 샘솟아서 1년 내내 일정한 수온을 유지하며 가뭄에도 마르지 않습니다. 농민들은 물론이고 둠벙에 사는 작은 수서곤충들이나 물고기들에겐 없어선 안 될 소중한 공간입니다.

    고성군 고성읍에 있는 월평리 매수마을에는 역사가 350여년 된 둠벙이 있습니다. 그곳은 주변 논의 농민들에겐 없어선 안될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350여년 전에 선조들이 터를 지어 마을을 만듦과 동시에 둠벙도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최근 농촌의 변화로 둠벙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저수지를 건설하거나 기계와 전기를 이용해서 지하수를 끌어내서 농업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둠벙 같은 재래식 저수지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혹은 둠벙이 남아 있어도, 농약과 비료 때문에 둠벙에 있는 생명들이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둠벙은 여러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크기는 작지만 생물다양성이 우수합니다. 여러 수생식물을 비롯해 잠자리 같은 수서곤충, 개구리 등의 양서류, 송사리와 붕어 같은 민물어류 등도 살고 있습니다. 또한 둠벙은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우리 고유의 농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수마을에 있는 둠벙에서 보았듯이 한 마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소중한 둠벙을 지켜 우리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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