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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을 말한다 (12) 작곡가 황덕식씨

“쉬우면서도 마음을 적셔주는 곡 쓰고 있죠”

  • 기사입력 : 2009-1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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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곡가 황덕식씨가 자신의 대표곡이 수록된 책자를 보고 있다.

    1966년 하동 진교중서 음악교사 첫발

    1968년 시 ‘춘일’로 첫 곡 만들어

    진주 개천예술제 작곡부문 금상 수상

    교사 시절 틈틈이 작품활동하다

    2004년 퇴임 후 본격 음반제작 나서

    가곡 `애모' 등 지금까지 100여곡 작곡

    ‘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내 마음 나뭇가지에 깃 시린 새 한 마리/고독이 연륜 마냥 잠겨오는 둘레 가에/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저물고/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긷는가/일찍이 너 더불어 푸르렀던 나의 산하/애석한 날과 달이 낙엽지는 영 마루에/불러도 대답 없어라 흘러만 간 강물이여’

    세계적인 테너 임웅균 한국예술종합교 교수가 불러 널리 알려졌으며 테너 엄정행 전 경희대 교수, 테너 장원상 경성대 교수, 소프라노 이지영 경희대 교수, 안산시립합창단 등 내로라하는 성악가와 합창단이 즐겨 부르는 창작가곡 ‘애모’다.

    이 곡은 작곡가 황덕식(67)씨가 1984년 마산에서 열린 전국순회 시조문학 강연회에 강사로 참석한 원로시인 정완영씨의 승낙을 얻어 작곡한 곡이다.

    “애모를 읽고 또 읽고 했지만 ‘사랑’, ‘그리움’, ‘기다림’이란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면서도 이토록 사랑을 애절하게 표출해 낸 시가 또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너무 가슴에 와닿아 곡을 붙였습니다.”

    당시 고교 교사였던 황씨는 학생 수준이면 피아노 반주가 가능하고 음역이 높지 않은 쉬운 선율로 곡을 만들었다.

    “학생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음악수업 없이 입시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던 고3 학생들까지 부르게 해달라고 요청해 3학년 학생 모두가 강당에 모여 이 노래를 열창한 기억이 납니다.”

    황씨의 고향은 하동군 적량면이다. 어릴 적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부모님을 따라 교회 주일학교에 다니면서 음악을 처음 접했다.

    “집이 하동읍교회 옆에 있어 항상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자랐는데 그때 음악적 소양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사범대학에서 음악을 중점적으로 공부한 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다.

    음악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틈틈이 작품활동을 했다. 1968년 설창수 시인의 시 ‘춘일’을 곡으로 만들어 진주 개천예술제 작곡부문에 응모해 금상을 받았다. 이것이 그의 첫 작품이다.

    그의 교육활동과 작품활동은 맞물려 돌아갔다.

    1970년대 초반에는 ‘언덕을 올라’, ‘목련’, ‘꽃망울’, ‘아름다운 저 동산’ 등 동요곡을 많이 썼다.

    1973년부터 1978년까지 마산상고 관악합주단을 지도할 때는 서곡, 행진곡, 교향시 등 기악곡을 집중해 썼다.

    1980년부터 1986년까지 마산여고 합창단을 이끌 땐 합창곡에 매진했고 1990년대 장학사로 재직하면서부터는 가곡에 전념하고 있다.

    작곡과 함께 학교음악 활성화에 열성을 바쳤다. 1988년 경남여교사합창단, 1994년 창원교사합창단을 창단하고 지휘했다. 하지만 1999년 교장으로 승진하면서 관여하지 않게 되자 합창단의 명맥이 끊겨 버렸다.

    정년 퇴임한 후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중 2006년 창원교육청에서 열린 초중등학교 교사 합창지도 연수회를 계기로 마산교육청·창원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마산교사합창단을 창단한 데 이어 창원교사합창단을 재창단하고 후배들에게 지휘를 맡겼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우리 지역에서는 합창단을 만든 사람이 지휘자나 단장을 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저는 교사합창단이 첫 연습에 들어갈 때까지만 관여하고 손을 뗐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100여 곡의 가곡을 작곡했는데 음반에 수록된 것은 40곡 정도다.

    그중에서 대표곡은 ‘애모’(정완영 작사·1987년 발표), ‘아름다운 동행’(황덕식 작사·2006년), ‘그대 그리움’(강명숙 작사·2007년), ‘황홀한 기다림’(권선옥 작사·2004년) 등 4곡이다.

    이들 곡들은 오래전에 작곡됐지만 음반에 수록된 때를 발표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2004년 이후 발표된 곡이 많은 것은 정년 퇴임 후 본격적으로 음반 제작에 나섰기 때문이다. 황씨가 작곡가와 성악가들 사이에서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현직에 있으면서 많은 작품을 썼지만 교육현장에 몰두하느라 덮어두고 있었고 퇴임 후에 작품을 정리해 세상에 내놓아 작곡가로서 이름이 알려지게 됐죠.”

    ‘애모’는 황씨도 모르게 발표된 곡이다. 유명 성악가들이 자신의 음반에 수록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1989년 어떤 성악가가 ‘애모’를 부르는 것을 TV에서 우연히 보고 방송국에 연락해 보니 임웅균 교수가 1987년 발표된 CD에 애모가 수록돼 있다고 알려줘 알게 됐어요.”

    ‘연가’(정목일 작사)도 소프라노 이지영 교수가 먼저 발표했다.

    ‘아름다운 동행’, ‘그대 그리움’, ‘황홀한 기다림’은 발표된 지 10년이 안 됐지만 많이 불리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그리움을 표현한 곡으로 그가 유일하게 작사했다.

    “이수인, 임긍수 등 다른 작곡가들이 자기 시를 만들어서 부르는데 참 좋더라고요. 저도 젊었을 때 시를 좋아하고 자작시를 많이 써본 적이 있어 도전해 봤죠. 시를 완성해 곡을 붙였더니 사람들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2007년 첫 독집음반 ‘아름다운 동행’을 가곡집과 함께 내놨다.

    가곡집에는 김연동의 ‘겨울언덕’, 이광석의 ‘노을’, 김미윤의 ‘눈오는 날’, 이우걸의 ‘비’, 정목일의 ‘연가’ 등 지역과 국내 문인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37곡을 수록했다.

    CD에는 서울 조이챔버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임웅균, 김인혜, 김현주, 장유상, 박신화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부른 17곡을 담았다.

    “개인이 오케스트라 반주로 가곡작품집을 만든 것은 경남에서는 저뿐입니다. 국내 통틀어도 30명이 채 안 돼요. 제작비가 많이 들 뿐더러 곡이 웃음거리가 안 돼야 하기 때문이죠. 곡을 내놨는데 불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돌꽃’(이처기 작사)와 ‘호숫가에서’(동시영 작사)도 이 음반에 수록돼 있다.

    “작곡가는 아끼는 곡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잉태하듯이 음반으로 만드는데 ‘돌꽃’과 ‘호숫가에서’가 그런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곡 모두 시가 담백하고 곡도 잘 만들어졌어요. ‘호숫가에서’는 학교현장에서 합창곡으로 많이 불리고 있죠.”

    내년 말쯤에는 지금까지 발표한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해 황덕식 가곡 2집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가 한 해 동안 쓰는 곡은 5곡 정도로 다작하는 작곡가가 아니다. 습작은 내놓지 않고 작곡기법이나 사람들 정서에 맞게 만든 곡을 한국작곡가회, 한국예술가곡연합회, 한국가곡학회 등에 출품한다.

    이들 단체는 창작가곡 활성화를 위해 해마다 출품한 회원들의 작품을 가려 공동음반을 제작하고 작품발표회를 갖고 있다.

    보통 회원 1명이 2곡을 출품해 1곡이 음반에 수록되는데 황씨의 작품은 2편 모두 실린 적이 여러 번 있다.

    “다른 작곡가의 작품은 1곡만 실리는데 제가 출품한 2곡이 모두 수록되면 속으로 큰 기쁨을 얻어요. ‘인정받는 곡을 썼구나’하고 스스로 만족해하죠. 그런 재미로 살지요.”

    작곡할 때 중점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거침없이 답했다. “작곡가는 곡을 가지고 말합니다. 곡을 만들어 세상에 내놨을 때 전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가 즐겨 부르는 곡이어야 합니다. 작곡기법상으로 아무리 훌륭한 곡이라도 사람들이 안 부르면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쉬워야 되고 서정적이어야 되고 마음을 적셔 주는 곡이어야 불립니다.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갖고 곡을 쓰고 있습니다.”

    글=양영석기자 yys@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작곡가 황덕식은

    1943년 하동군 적량면에서 출생했으며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 하동 진교중을 시작으로 마산상고, 마산고, 마산상고 교사 등을 거쳐 창원 중앙고 교감, 창원교육청 장학사, 창원 남산고·신월고·마산고 교장을 지낸 뒤 2004년 8월 정년 퇴임했다.

    경남여교사합창단(1988~1992년), 창원교사합창단(1994~1998년), 경남CBS합창단(2004~2006년)을 창단 지휘했으며, 마산교사합창단과 창원교사합창단을 재창단했다. 경남합창연합회 창립회장(1986~2001년)과 한국합창총연합회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작곡가회 상임이사, 한국 예술가곡연합회 상임자문, 한국가곡학회 임원을 맡고 있으며, 서울작곡가포럼 회원이다.

    동요작곡집 ‘송이들의 노래’(1979년), 예술가곡집 애모(1987년)·겨울언덕(1997년)·아름다운 동행(2007년)을 펴냈으며 한국가곡 3인 작곡CD(2006년)·가곡독집 아름다운 동행 CD(2007년)를 출반했다. 한국작곡가회, 한국예술가곡연합회, 한국가곡학회 등에서 매년 출반하는 창작가곡 공동CD에 30여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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