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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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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20) '5선 의원' 이수정 거창군의원

“풀뿌리 민심이 원한 건 그들에 대한 관심이었죠”

  • 기사입력 : 2009-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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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의회 5선으로 최다선을 기록한 이수정 거창군의원이 의회 본회의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선거다운 선거에 출마해 본 사람이면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후보자들은 피말리는 선거전에 시달리고, 그래서 당선의 기쁨과 보람은 힘든 만큼 더 클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당선될 자신감으로 후보자들은 줄을 선다.

    모든 선거 출마자들의 간절한 소원인 ‘당선’. 그런데 나서기만 하면 당선되는 비결은 없을까.

    지난 1991년 지방자치체 부활 이후 2006년 5·31 지방선거까지 총 다섯 번의 선거 중 연속 5선 당선을 기록한 광역 및 기초의원은 전국에서 3명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광역시의회 조길우(65) 의원, 수원시의회 김광수(79) 의원, 나머지 한 사람이 거창군의회 이수정(69) 의원이다.

    △재력·학벌보다 성심성의 중요해

    이수정 의원은 내년 6·4 지방선거에서 6선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선거구제인 현 기초의회의 소선거구로의 환원 문제, 기초의원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 여부 문제 등 내년 선거는 변수가 많아 두고 볼 일”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 의원의 다선 비결이 참으로 궁금했다.

    상식으로는 군의원 선거에 다섯 번을 출마해 모두 당선됐다면 재력도 학벌도 대단할 것 같다.

    선거에 나서면 비용이 들고, 또 학벌도 부수 조건처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이 같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재산이라야 거창읍 상설시장 내에 작은 피복가게 ‘수정상회’와 살림집인 서민아파트 한 채뿐이다. 학벌은 거창중학교 졸업이 전부다.

    재력도 학벌도 내세울 게 없는데 최다선 기록은 어떻게 세웠을까.

    이 의원은 당선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특별히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평소 유권자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관심을 기울인 덕분인 것 같다”고 대답을 했다.

    이 의원이 당선 비결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거창지역에서는 20여 년간 한결같이 유권자들을 가족처럼 여긴 철저한 지역구 관리가 다선의 가장 큰 힘이란 걸 다 알고 있다.

    ‘이수정 의원이 출마를 안하면 몰라도 출마하면 당할 사람 없다.’

    이 말은 지역에서의 일반적인 여론으로, 지지 기반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나타내고 있다.

    △행상으로 돈 모아 부모님께 논 선물

    이 의원의 어린 시절은 어렵고 힘들었다.

    거창군 남상면 무촌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7남매 속에 자라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밖에 다닐 수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으로 19세부터 세 살 위인 형과 10여년간 전국을 돌며 행상으로 돈을 모았고, 형제가 번 돈으로 고향 부모에게 논을 사 드려 8000㎡(13마지기)에 벼농사를 짓는 꿈을 이루기도 했다.

    26세에 현재의 부인 노용순(66)씨와 결혼, 논 다섯 마지기를 부모로부터 타 나와 거창읍 셋방에 신접 살림을 차렸고, 30세 때 거창읍 상설시장에 피복점 ‘수정상회’를 연 후 현재까지 40년간 운영 중이다.

    거창읍 상설시장에 자리를 튼 후 곧바로 400여 업체로 구성된 거창시장 번영회 총무를 거쳐 33세 때 시장번영회장을 맡았으며, 이 직책은 15년간이나 계속됐다.

    국내 최다선 의원 이전에 국내 최장기 시장번영회장 기록을 먼저 세웠을 것 같다.

    △50세 때 초대 거창군의원 첫 출마

    50세 때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자 고향인 남상면 선거구에서 초대 거창군의원으로 출마했다.

    당시 군의원 출마 동기는 ‘부족함은 많지만 오랜 시장번영회장 경험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는 자신이 있었고, 또 당선된다면 자신의 여러 가지 부족함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서였단다.

    이 의원은 이 초대 선거가 가장 신경 쓰였단다.

    “3명이 출마했는데 내가 1400표, 2위는 880표, 3등은 480표를 얻었다. 지금까지도 이 선거 때의 표수만은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의원에 당선되자 이때부터 이 의원은 본격적인 선거구 관리 비결인 ‘유권자를 가족처럼’을 실천에 옮겼다.

    경·조사의 축하와 위로, 병문안 챙기기를 비롯, 개인이든 단체든 민원에 대해서는 내 자신, 내 가족의 일이라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 최대한의 노력과 성의를 다함으로써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 의원의 이 같은 처세는 모든 유권자들에게 가족이나 친척 같은 유대감으로 작용했고, 튼튼한 지지 기반이 돼 다선으로 이어졌다.

    2대 선거 때는 경쟁자가 아예 없어 무투표로 재선됐고, 3대와 4대 선거 때는 여러 후보가 나섰으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난 2006년 5·31 선거 때는 기존 1면 1의원 정수의 소선거구제에서 4개 면에서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개편, 가조 2명, 신원 2명, 남상 1명 등 3개 면에서 5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이 의원의 다선 행진은 계속됐다.

    이 의원은 철저한 지역구 관리와 병행해 원내 의정 활동에도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부분은 남들보다 시간을 더 할애해 보충했고, 원만한 성품과 타고난 친화력으로 의원들과의 유대도 강화했다.

    그 결과 5선 기간 중 의장도 세 번이나 지냈다.

    이 의원은 “현 기초의회는 군정질문, 행정사무감사, 예산책정뿐으로 권한이 너무 적다”며 “군의회 직원의 인사권만이라도 주어져야 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현 거창군의원 의정비는 공무원 8급 수준으로 도내 최하위이다. 군민들이 머슴을 제대로 부려 먹고, 또 머슴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서는 군세가 큰 자치단체답게 상머슴 대우는 아니더라도 중머슴 수준의 보수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 활동 중 애로점은 “지역구민들이 답답하거나 급한 마음에 군의원으로서 해결하기 힘든 부탁을 해오는 경우가 있는데 뜻을 이뤄줄 수 없을 때, 또 소선거구제 때는 1개 면만 관리하면 돼 자상하게 관심을 가져줄 수 있었는데 현 중선거구제는 지역구가 4개 면으로 늘어나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이 큰 고충”이란다.

    △새벽 3시 반 거열산성 산행이 건강 비결

    이 의원은 일흔을 앞둔 노인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고 건강해 보인다.

    건강 유지 비결을 물었더니 “비만 예방을 위해 평소 저녁식사는 마실 것 한 잔으로 대신하고, 수십 년간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거창읍 인근 해발 400m 거열산성 왕복 3km 산행을 해 온 생활습관 덕분”이란다.

    또 “의원 생활 중 가장 큰 힘이 돼 준 것은 아내”라며 “40년간 수정상회를 지키며 4남매의 뒷바라지와 남편에 대한 내조에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우영흠기자 wooyh@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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