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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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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우주(宇宙)

  • 기사입력 : 2009-0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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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 살, 우주(宇宙)

    - 함순례

    바람이 들썩이는 호숫가

    비닐돗자리 손에 든 아이가

    풀밭으로 걸어간다

    신발 벗어 한 귀퉁이 두 귀퉁이

    메고 온 가방 벗어 세 귀퉁이

    마지막 귀퉁이에 제 몸 내려놓는다

    삼라만상을

    돗자리에 전부 모셨다

    -시집 ‘뜨거운 발’(애지)에서

    ☞ 일곱 살 아이에게 제 신은 신발과 가방 외에 삼라만상이 무에 있으며,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가. 신발 하나씩과 가방 하나를 세 귀퉁이에 모셔놓고 마지막 한 귀퉁이에 자신의 몸을 내려놓음으로써 비로소 균형 잡힌 세계, 즉 반듯한 한 우주가 완성되는 것이니, 제 마음이 곧 우주요. 결국 사람도 우주의 한 부분임을 깨달아야겠다.

    세계가 균형을 잃고 한 쪽으로 기울면 제 자신도 파멸하고 말 것이라는 일곱 살 어린아이도 알 만한 진리를 잊은 채, 네 귀퉁이를 다 차지하려고 막무가내로 덤비는 파렴치한 모리배들에게 보내는 경구다.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받들어 모셔라. 아이들의, 우주가 지켜보고 있다. -오인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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