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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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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도강(李代桃?)

  • 기사입력 : 2008-08-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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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도강(李代桃?) - 작은 목적은 큰 목적을 위해서라면 희생할 수도 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미국과 소련이 사이가 나쁠 일이 별로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먼로주의 노선에 따라 국제적 분쟁에 개입하는 일 없이 독자적으로 살아갔다.

    그러나 제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부터 미국과 소련은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그런데 1954년 소련에서 느닷없이 대학생 럭비 친선경기를 갖자고 미국에 제의했다. 그리고 선수단을 포함해서 방문하는 명단을 200명까지 허용하겠다고 했다. 미국으로서는 정말 뜻밖이었다. 서로 왕래를 할 수 없어 소련의 정보가 사뭇 궁금하던 차에 이 기회를 이용하여 소련 내부를 좀 알아봐야겠다 싶어 흔쾌히 그 제의에 응하고, 임원 등을 가장하여 친선방문단에 정보요원을 잔뜩 집어넣었다.

    미국 선수단이 소련을 방문하여 친선경기를 마친 이후 소련 당국에서는 국가 간의 냉전은 마치 없었다는 듯이, 아주 친절하게 미국 선수단을 안내해 주었다.

    미국 정보요원들은 “바보들! 너희들 비밀을 너희들 손으로 우리에게 안겨 주다니. 어찌 이런 멍청한 짓을 하고 있어?” 하고 속으로 소련의 멍청함을 안타까워하면서 쾌재(快哉)를 불렀다.

    그때 소련에서는 항공산업에 치중하고 있었고, 그 수준에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 정보요원들은 돌아가자마자 자기의 전공(戰功)이라도 과시하듯, 소련에서 본 항공산업의 수준과 미국의 대책에 대해서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올렸다.

    그 이후로 몇 년 동안 미국 정부에서는 항공산업 연구와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였고, 국방부에서는 전투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제 항공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소련을 너끈하게 앞질렀을 것이야’라고 미국 사람들이 기분 좋아하고 있던 1959년, 소련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미국은 꿈도 못 꾸던 일이었다. 소련에게 보기 좋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소련에서는 자기들이 끌어올린 항공산업의 수준을 미국에 공개함으로써 미국이 항공산업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만들고, 그 틈에 미국을 압도할 인공위성을 개발하여 성공한 것이다. 미국은 자기들이 럭비 친선경기를 통하여 소련의 정보를 많이 얻어냈다고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소련의 작전에 철저히 당한 것이다. 소련은 우주산업이라는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항공산업에 미국이 따라와도 좋다고 경쟁을 포기한 것이었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직위가 높을수록, 책임이 무거울수록 선택할 일이 많아지고, 선택하기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 한 가지 일의 선택을 잘하면 국운이 열리지만, 선택을 잘못하면 나라를 망치게 된다. 등소평이 중국을 개혁개방(改革開放)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고위층이 많았다. 왜냐하면 사회주의가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등소평은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개방을 선택하여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올해로 개혁개방 30년째인데, 중국은 그동안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개인의 일생도 마찬가지다. 선택을 잘하면 앞길이 열리지만, 선택을 잘못하면 그때부터 앞길이 암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선택을 잘하려면 판단을 잘해야 하는데, 판단을 잘하려면 마음에 사욕(私慾)이 없어야 한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으면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기업체 사장이면 거기에 전념해야지, 사장 하면서 국회의원도 하고 싶고, 장관도 하고 싶고 사회단체 회장도 하고 싶어하면, 어느 것도 다 잘 못하게 된다. 학자는 학문 연구에만 전념해야 하고, 바둑선수는 바둑에만 전념해야 하고, 가수는 노래 부르는 데만 전념해야 한다.

    큰 것을 얻기 위해서 작은 것은 희생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다 보니, 잘되는 것도 없고, 또 심신이 피로한 것이다. 버릴 줄 알아야 얻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남에게 양보하면 몇 바퀴 돌아서 다시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李 : 오얏(자두) 리. *代 : 대신할 대. *桃 : 복숭아 도. *? : 쓰러질 강.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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