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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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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경제교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 기사입력 : 2007-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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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물, 옵션, 스왑 등과 같은 파생금융상품(financial derivatives)들은 통상 그것들이 기초로 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가격, 즉 주가나 채권금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거꾸로 파생상품의 움직임이 기초자산인 주식이나 채권 가격을 결정하는, 마치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것과 같은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몸통이 꼬리를 흔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었다. 11월 27일 하루에만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일 대비 0.24%포인트 급등한 것인데 통상 하루 변동폭이 0.05%포인트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가히 사건이라 할 만한 변동을 보인 셈이다.

    이날 채권금리 폭등의 최초 진원지는 엉뚱하게도 통화스왑(CRS Currency Swap)시장이었다. 우선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늘어나자 통상 이를 매수함과 동시에 현물환 매도를 통해 위험을 회피하는 은행들의 달러화 수요가 늘었다.

    늘어난 달러화 수요는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한 달러화 부족 현상과 겹치면서 통화스왑시장에서의 금리(CRS금리)를 크게 하락시켰다.

    그러자 이어서 이자율스왑(IRS Interest Rate Swap)시장에서의 금리(IRS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CRS금리가 IRS금리보다 낮은 점을 이용해 차익을 남겨오던 시장참가자들이 돌연한 CRS금리 하락으로 평가손실을 입으면서 포지션을 청산한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 여파는 국고채시장까지 퍼져 나갔는데 이번에는 IRS금리가 국고채금리보다 낮은 점을 이용해 차익거래를 해오던 참가자들이 갑작스런 IRS금리 하락으로 평가손실을 입게 되면서 국고채 매도에 나선 것이다.

    이에 가뜩이나 최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으로 불안하던 채권시장에서 한꺼번에 손실 방지를 위한 물량이 쏟아지며 금리가 폭등한 것이다.

    이처럼 파생금융상품시장은 몸통을 흔들어 버릴 정도의 강력한 꼬리로 성장한 지 오래다. 현대금융시장을 이해함에 있어 파생금융상품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임근형(한국은행 경남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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