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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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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비 올 때 우산을 받쳐주는 은행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6-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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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세대가 대를 이어 이용하는 은행. 자녀가 몇명인지 부동산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자전거를 타고 영업을 하면서 고객들의 사정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하는 은행. 지역개발 프로젝트에 기획단계부터 기꺼이 참여하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은행.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지방은행의 모습이다. 불행히도 경남은 지방은행이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뿌리째 잘려 나갔다. 혹자는 경남은행을 자연스레 떠올리겠지만 외환위기 와중에 우리금융지주(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간판만 ‘경남’일 뿐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의 간섭과 통제를 사사건건 받아야 한다. 속된 말로 ‘유도리’가 없다. 그래서 경남의 11개 상의와 울산상의가 힘을 합쳐 어제 경남은행 인수작업에 본격 나섰다는 소식은 우리 지역도 제대로된 지방은행을 가질 수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한다. 정부는 민영화 방침에 따라 우리금융을 매각할 계획으로 있다. 통째로 팔지. 경남은행을 분리해서 팔지 아직 알 순없으나 인수에 나선 상의와 지역민들의 결집된 역량이 관건이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0년 말 공적자금이 투입되기까지 경남은행이 보인 행태는 지역민들에게 적지않은 실망을 줬다. 독자생존을 위해 도민들이 모금한 2500억원어치의 주식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이 됐고 일부 후유증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조한 점도 없지 않고 대주주의 사금고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남은행은 지난 몇년간의 거듭된 자구노력으로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밉상 떨던’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최근 2년간 은행규모가 50% 이상 신장돼 지난 6월말 현재 자산이 16조7000억원에 이른다. 독자적으로 꾸려 나가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경남에서도 이젠 ‘지역의 돈으로. 지역민을 위한 지방은행’을 가질 때가 됐다. 지방은행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지방은행은 지역의 중소기업이 접근하기가 쉽다. 대기업과 우량기업은 직접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일반 중소기업의 창구역할은 아무래도 지방은행의 몫이다. 시중은행이나 작금의 외국계 은행은 손을 놓고 있느냐고 짜증스런 반응을 보일 지 모르겠으나 지역 중소기업의 사정을 속속 들이 알 수 없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신용정보가 취약해 수익성에 치중하고 있는 이들 은행의 문턱을 넘기 어렵고 자칫 금리가 비싼 금융기관을 기웃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안면(고객밀착성)으로 보나 지역밀착성으로 보나 지방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의 선순환 역할을 한다. IMF 사태이후 지방은행이 퇴출되면서 서울로의 자금 집중현상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가가치 창출기준으로 서울의 경제규모는 전국의 25% 수준이지만 자금의 절반이 서울에 몰려 있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인재와 자원의 수도권 블랙홀 현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대립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분권이니 지역혁신이니 하는 것은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의 동반자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고용기회를 넓혀주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소득증대에 기여한다. 모인 자금으로 낙후된 인프라 개발에 투자할 수 있고. 지역대학도 함께 성장이 가능하다. 다시말해 지방은행은 그 이익이 지역민. 지역기업. 지역사회에 환원됨으로써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금융의 중앙집중화 방지와 지방분권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경남상의 등이 경남은행 인수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지역 대주주의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겠으나 세상이 밝아진 마당에 언감생심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경남은행의 몸값이 적당히 올라있는 지금이 적기다. 타 금융그룹이나 외국자본이 눈독을 들일 경우 양상은 복잡해진다. 이들이 인수하면 점포망과 인력 구조조정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지역사회의 불행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대를 이어 찾는 은행. 비가 올 때 우산을 받쳐주는 은행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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