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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마이크로 크레딧, 빈곤퇴치 희망으로-목진숙 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6-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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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글라데시의 빈민 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씨와 그가 창설한 그라민 은행이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되자 세계인들의 이목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누스씨가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지난 18일 방한한 이후 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음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는 지난 1976년에 마이크로 크레딧 방식의 그라민 프로젝트를 첫 실시하여 7년후인 1983년에 그라민 은행을 창설한 것이다.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은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의미하며. 이 제도는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 파급돼 시행된다고 한다. 그라민 은행이 여지껏 대출한 돈은 52억3천만달러에 달하며. 빈민 대출자들(600여만명)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수혜자 절반이상이 가난에서 벗어났으며. 대출금 상환율이 99%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의 일반 예상을 뛰어넘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방글라데시 전역에 걸쳐서 1천500여개소의 지점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이 제도가 이 나라 국민들의 생활 깊숙이 정착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이 자금을 쓴 사람은 총 180만명이며. 누적된 대출금은 26억달러라고 한다. 대출금 상환율이 97%라고 하니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마이크로 크래딧 개념이 첫 적용된 것은 6년전인 2000년 씨티그룹과 그라민 트러스트의 지원을 받아 생겨난 ‘신나는 조합’에서부터이다. 그리고 뒤이어 2002년에 ‘사회연대은행’이 서울에서. 2003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사회복지은행’이 창원에서 설립됐다. ‘신나는 조합’은 그라민 은행으로부터 5만달러를 대출받아 설립한 이후 이 돈을 모두 갚고 지금은 정부와 삼성그룹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년동안 250명에게 대출해 주었으며 회수율은 92%라는 것이다. 사회연대은행은 ‘차상위계층인’에게 연리 2~4%로 1천만원~1천500만원까지 대출해 준다고 한다. 창원의 사회복지은행은 12명에게 3천600만원의 자금을 대출해 주었다고 한다. 돈은 적지만 무담보로 빌릴 수 있으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액수 이상의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국내의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에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2004년 이후 사회연대은행에 15억원을 기부한 것이다.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여타 은행들도 마이크로 크레딧 기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이윤의 일정액을 기부한다면 기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인 창업이 될 수 있도록 원하는 액수에 어느정도 부응하는 대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것과 관련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를 예방한 유누스 총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휴면예금을 그 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한 것은 마이크로 크레딧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휴면예금을 이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으므로 여야는 빠른 시일내에 처리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기부대열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부유층과 고소득자들도 자신들의 부(富) 가운데 극히 작은 일부분이라도 마이크로 크레딧을 주업으로 하는 각종 사회은행에 출연해 주었으면 한다. 그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 실천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유엔이 지난 2005년을 ‘마이크로 크레딧의 해’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제도가 국제사회 곳곳으로 파고들어 생존하기마저 힘든 극빈계층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게 하려는 유엔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마이크로 크레딧이 빈곤퇴치를 이루는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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