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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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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북한核, 결국 대화밖에 없다 - 최영규 (경남대학교 법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06-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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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말았다. 하기야 전부터 공언해 온 터이니.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자. 한반도와 그 주변은 일시에 공황에 빠졌다. TV는 하루 종일 뉴스특보를 방송하고. 시정의 화제도 북한 핵에 집중되어 핵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판단정지 상태가 되어버린 듯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의도며 그것이 국내외 정치와 안보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과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외한이 보기에도.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북·미 직접대화 아니면 핵 개발’이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치밀하게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핵실험을 향하여 질주해온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미국과의 직접대화 요구도 핵 개발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위장막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쪽이 맞든.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언젠가 닥쳐올 수밖에 없는 필연사였고. 어떻게든 파국을 막아보려고 동분서주하며 노심초사하던 우리 정부의 노력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마치 기관사도 없이 궤도를 폭주하는 기차를 탄 것처럼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만 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을 주는 것은 의외로 침착을 잃지 않은 우리 국민의 성숙한 자세다. 사재기도 출국행렬도 없었다. 주식시장의 붕괴도 없었다. 비록 핵실험이 있었던 10월 9일 당일 코스피지수가 32.60포인트 떨어져 ‘폭락’으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낙폭은 핵실험이라는 악재의 크기에 비추어 결코 크지 않은 것이었고(금년 들어서만 그 이상의 낙폭을 보여준 날이 2월 3일의 40.94포인트 하락을 포함해 6번이나 있었다). 더욱이 다음날에는 8.97포인트 반등하여 우리 사회가 핵실험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각에서는 전쟁불감증을 탓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북한의 핵 개발에도 불구하고 우리 체제가 흔들림 없이 건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과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냉철히 따져 보는 일일 것이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는 국내외적으로 거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제재의 수준이 문제이다. 경제제재를 넘어서 군사적 제재가 과연 필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이 면밀히 검토하여 판단할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땅이 다시 戰火(전화)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땅을 온통 폐허로 만들었던 전쟁에서 벗어난 지 50여년. 우리가 오늘 이 만큼이라도 먹고 살 만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전쟁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반도에서 다시 미사일과 폭탄이 터지는 날. 50년의 성과는 하루 아침에 재가 되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쟁을 막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북한과의 모든 채널을 가동하여 대화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제까지와 같이 끊임없이 보채는 어린애에게 계속 사탕을 물려주는 식의 지원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비이성적 태도에 실망한다고 하여 우리마저 대화의 물길을 끊어버려서는 안 된다. 북한이 이미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자살폭탄 트럭에 올라탔다고 하더라도. 최대한의 인내와 설득으로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내리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밖에 없다.

    과거에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친개에게 물리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까지 함께 미쳐서는 더욱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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