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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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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사행성 게임도 진흥 대상이라니 - 최영규(경남대 법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06-09-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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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것은 조금 수용하기 힘듭니다. 사행성 게임을 따로 정의해서 거기에 대한 규제를 한다는 것인데. 게임산업에서 이것을 빼버린다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 분명히 산업이 존재하고 그 시장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인데. 앞으로 게임산업에서 완전히 제외한다면. 게임산업진흥법에서 그 부분을 완전히 덜어내는 거거든요.”

    “사행성 게임도 게임이란 말이에요.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도 게임산업의 한 부분이에요. 건전한 산업만 산업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요. 산업이라는 건 그 안에 건전한 부분도 있고 조금 불건전한 부분도 있고 이런 거예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의 제작업자나 오락실 업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2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진흥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소위 위원인 국회의원이 발언한 내용이다. 사행성 게임을 게임산업진흥법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사행산업 관련법의 규제대상으로 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하여.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사행성 게임도 게임”이며 “불건전한 산업도 산업”이라는 논리로 게임산업진흥법의 대상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사행성 게임 배제는 실현되지 않았고. 사행성 게임산업도 게임산업이므로. 국가에 의한 진흥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몇몇 국회의원들이 바라던 대로 “조금 불건전한” 산업이 온 나라를 뒤덮고. 사행성 게임산업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은 몰라도 “대한민국에서 엄청나게 큰 시장”으로는 자리잡게 만들었다. 정말 선견지명이 뛰어난 국회의원들이다.

    도대체 게임이라는 게 무엇인가. 게임은 놀이일 뿐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게임을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게임이 단순한 놀이에 불과하다면. 국가가 나서서 이를 지원하고 진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진흥법이라는 법률을 따로 만들어서까지 국가가 지원하고 진흥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6월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때 내세운 제안이유도 “게임산업은 차세대 핵심문화산업으로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돈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미안했든지. 게임물이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라는 강변을 덧붙였다(2조 1호).

    아무리 호도해도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굳이 억제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권장할 필요도 없다. 게임물을 잘 사용하면 여가선용이나 학습 및 운동효과 고양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 만물이 그렇듯. 게임물도 잘못 사용하면 악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입법자는 게임산업을 무조건 진흥만 할 게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걸러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게임물이나 게임산업은 진흥과 동시에 규제의 대상도 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게임은 어느 정도의 사행성이 곁들여질 때 재미를 더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입법자는 게임산업이 사행산업화하지 않도록 미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사행산업화할 우려가 있는 부분은 철저히 도려내어 엄격한 규제를 받도록 했어야 했다. 사행성 게임산업을 옹호한 국회의원의 말처럼 조금 불건전한 부분을 안고 갈 게 아니라. 불건전의 가능성은 처음부터 싹을 잘라내야 했던 것이다.

    목하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사행천국. 도박왕국이라는 결과를 놓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매섭다. 물론 정부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입법의 잘못은 행정의 잘못보다 훨씬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행성 게임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진흥 대상으로 집어넣은 국회의원들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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