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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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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황당손님' 백태

  • 기사입력 : 2006-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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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은 이지만....."


    “이런 손님. 정말 싫어요!” 백화점에는 물건만 많이 있는 게 아니다. 손님들 유형도 수백. 수천 가지. 많게는 하루 10시간씩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각양각색의 성품을 지닌 손님들에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도 얼굴 한가득 미소를 담고.

    무조건 바꿔달라고 고함을 지르거나.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슬쩍 환불하려는 손님. 비만 오면 나타나 수십 벌의 옷을 입어보고 태연히 사라지는 손님 등등. 백화점 직원들을 ‘웃고 울리는’ 손님들의 백태를 들여다봤다.

    구매않고 수년간 매장만 순회 배회형

    ◆ 터닝맨= 도내 백화점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안다는 ‘터닝맨’. 마르고 왜소한 체격의 50대 남성인 그는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7~8년간 꾸준히 도내 백화점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 매장 전체를 감시하듯 천천히 순회한다고 한다.

    백화점 직원들 사이에서 그가 ‘터닝맨’이라 불리는 것은 특이한 쇼핑 스타일 때문. 맑은 날에도 긴 우산을 옆구리에 끼고 나타나 뒷짐을 진 채 매장 앞을 어슬렁거리다. 코너를 돌 때면 90도로 각을 주어 날쌔게 ‘터닝(turning)’한다고 해서 붙여졌단다.

    직원 출근 시간에 나타나 하루 종일 백화점을 배회하다 퇴근 시간에야 사라진다는 ‘터닝맨’은 구매는 좀처럼 하지 않는단다. 어쩌다 한두 개 살 때도 있지만 대부분 1~2천원짜리 파격 세일 품목이라고.

    혹자는 “터닝맨이 나타나면 매출이 오른다”하여 그가 오기를 기다리는 백화점도 있다고 한다.

     

    여성매장 수십 벌 옷 입고 뒤집는 지짐형

    ◆ 비만 오면 ‘지짐 뒤집기’= 비가 내리는 우울한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의류 매장을 ‘발칵’ 뒤집어 놓고 사라지는 한 여성 고객이 있다. 여성복 매장을 샅샅이 훑으며 이 옷 저 옷 입어보고는 매번 “맘에 안 든다”며 돌아가 버린다고. 한 시간이 넘도록 수십 벌의 옷을 입어보고는 그냥 무심히 나가버리면 직원들의 가슴은 ‘활화산’이 된단다.
    백화점 직원들은 손님들이 잔뜩 벗어두고 간 옷이 마치 ‘지짐’과 비슷하다고 하여. ‘지짐 뒤집는다’는 표현을 쓴다.

    백화점 인맥 들먹이며 나무라는 협박형

    ◆ “내가 누군지 알아?”= 백화점 직원들이 가장 상대하기 힘든 손님은 무조건 나무라는 형. 상품을 구매한 뒤 문제가 생겼거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조목조목 가르친단다.

    또 일부 손님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은근슬쩍 과시하면서 “내가 누군데 이러느냐. 지점장 데려와”라고 큰소리부터 치고. “내가 백화점 누구를 아는데…” 식의 협박형도 있다고 한다.

    1년 전 구입상품 환불 요구 억지형

    ◆ “자랑 다했어. 바꿔줘”= 도내 A백화점은 몇 년 전 1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밍크코트를 판매했다가 1년여 만에 환불 소동을 빚었다. 코트의 털이 빠진다는 게 이유였다. 담당 직원이 아무리 밍크코트는 천연재료라 털이 빠질 수도 있다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 오후 2시경에 백화점을 찾은 그 손님은 퇴근 시간을 넘어 밤 9시가 넘도록 가지 않고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결국 견디다 못한 매장 매니저가 눈물을 머금고 1천만원을 환불해줬다고.

    또 다른 백화점의 명품매장에는 유난히 환불 손님이 많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와서 충동구매를 해 놓고는 뒷날 혼자 몰래 찾아와 마음에 안 든다고 억지를 부리거나. 동창회나 계모임 등에서 잠깐 과시한 뒤 도로 가져와 마음에 안 든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이밖에 여름에 산 옷이 줄어들었다며 겨울옷으로 교환해 가거나. 구입한 옷의 수선을 의뢰했다가 반품하는 손님 등등 환불과 교환의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면세점 구입상품 백화저서 샀다 우기기형

    ◆ 여기서 산거야. 바꿔줘= 명품 화장품이나 의류. 핸드백 등을 면세점에서 구입한 뒤 마치 백화점에서 산 것처럼 가져와 은근슬쩍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있다고 한다. 또 인터넷이나 TV홈쇼핑으로 구입한 상품을 백화점에서 샀다면서 교환이나 환불을 해 달라고 우기는 손님들도 종종 나타난다고. 그러나 백화점 직원들은 절대 속지 않는다.

    피서지로 착각 낮잠 애정행각  피서형

    ◆ 피서형 고객= 여름철이면 백화점을 피서지로 이용하는 손님들이 급증한다. 특히 50~60대 아저씨들은 백화점 내 휴게실에 누워 낮잠을 자고. 젊은층은 과감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다 안전요원들의 주의를 받는 경우도 있단다.

    백화점은 상품과 함께 서비스를 파는 곳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서 지나친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진정은기자 dalya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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