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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저출산·고령화, 하도 답답해서

  • 기사입력 : 2006-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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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매머드급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던 터라 그제 통술집에서 만난 한 친구의 아이디어가 피부에 와 닿는다. 하도 답답해서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것이란다. 이해를 돕기위해 정부가 최근 마련한 대책을 살펴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전 부처가 수개월간 공을 들였다는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것 저것 두루 쓸어담은 듯하다.

    하지만 향후 5년간 소요자금이 32조원이 넘어 ‘돈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세세한 것은 차치하고 만 4세이하 아동의 보육·교육비 지원대상 90%까지 확대. 저소득층 학생 바우처제도(강좌 무료쿠폰제공) 도입과 고령화대책으로 연령차별 금지법제화. 정년의무화제 검토 등이 눈에 띈다. 월드컵 함성에 묻혔으나 며칠전 이를 토대로 큰 틀의 ‘사회협약’도 체결됐다.

    이제 이 친구가 ‘하도 답답해서’ 머리를 짜내봤다는 저출산 대책을 훑어 보자. 한마디로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논리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는 결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출산시기를 미루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가산점제 도입이다. 혼인신고서만 있으면 취직시험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우선 시행하고 점차 민간기업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으나 지금도 국가유공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지 않은가. 아기 낳는 일은 ‘국가적 대업’이라 이에 못지 않다. 그리고 취직 전후로 일정기간 생계자금 특별대출 혜택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취직후엔 ‘일자리’가 흔들려선 안된다. 출산 부부는 정리해고시 후순위로 해야 한다. 설사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입증책임은 사용자측이 지도록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임도 보고 뽕도 따려면 사는 곳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이 또한 혼인신고서만 있으면 주택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다. 자녀수에 따라 자금규모와 금리를 차등화해야 하고 자영업도 해당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혼인신고서가 ‘일자리’와 ‘보금자리’의 해결카드가 되기 위해선 전제가 있다. 이 제도는 시행일로부터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존부부나 주택청약 예·부금가입자들이 반발할 수 있겠지만 출산대열의 ‘나랏 일’에 나선 젊은이들을 위해 참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는 결혼하면 된다. 이혼가정은 그때부터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산점 비율이나 대출이율을 여하히 결정해야 하는 것은 祿(녹)을 먹는 공무원들 몫이다.

    이 친구의 ‘늙은 한국’에 대한 아이디어도 그럴 듯하다. ‘인생은 60부터’가 골격이다. 우선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린다. 일할 능력이 있더라도 먹고 살만하면 제외다. 이들은 여가를 즐기거나 소일거리로 사회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병들고 곤궁한 부류는 전적으로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 여기선 일을 할 수 있고 생활자금이 필요한 준고령자와 고령자가 대상이다. 따라서 이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선 정형화된 관리대장을 만들어야 한다. 일한 대가는 지금처럼 용돈수준이어선 안된다.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액을 보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방안이 있겠으나 이른바 ‘생활도우미’로 활용해 볼 일이다. 못 치는 것에서부터 자질구레한 가사일을 돕도록 하는 것이다. 신혼의 맞벌이 가정과 잘 연결하면 보육 걱정도 덜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는 3D업종에 투입하는 방안이다. 3교대나 4교대로 근무한다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고용하는 업체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줘야하고 産災(산재)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한다. 집단농장을 만들거나 정기적으로 쌀 산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일정 지역을 중심으로 통근버스를 운행하면 가능할 것이다. 장래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도 답답해서’ 대충 옮겨봤다. 참고로 이 친구가 좀 엉뚱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머리좋은 공무원이나 연구원들이 만든 案(안)과는 비교할 순 없겠으나 만화같은 황당한 내용은 아닐 것이다.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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