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7일 (화)
전체메뉴

[금요칼럼] 노 대통령

  • 기사입력 : 2006-06-02 00:00:00
  •   
  •   5.31지방선거 결과가 말해주는 의미는 심장하다. 여당은 역대 어느 집권당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16명의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2명을 당선시키고 기초자치단체장 3분의2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예견되기는 했지만 여당의 참패가 현실화되자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유권자인 국민들조차도 놀라워 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여당은 한 마디로 망연자실(茫然自失)해 있다. 정동영 의장이 선거 대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당의장직을 승계해야 할 2.18 전당대회 차순위 득표자인 김근태 최고위원도 동반책임론을 내세우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여당은 지도력 공백상태를 빚는 등 한동안 혼란을 거듭할 것 같다.


      지방선거 패배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노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의 한결같은 여망인 ‘경제 살리기’를 제대로 해 내지 못한 것과. 대립·갈등으로 치닫는 정치·사회 현상을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 상생(相生)과 화합으로 용해시켜내지 못하고 오히려 편가르기와 반목을 심화시킨 점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예부터 그랬듯니 국민들은 ‘등 따습고 배부른 것’. 다시 말해 먹고사는 문제에 가장 민감하다. 살기가 어려운데 경제는 별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태가 이러한 데도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의 간극도 갈수록 벌어지는 등 복지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노무현 정부를 지지해 준 서민·소외계층이 등을 돌린 것도 중요한 선거 패인(敗因)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개혁의 목소리는 컸지만 ‘泰山鳴動鼠一匹(태산명동서일필)’격으로 흐지부지 되자 이에 대해 크게 실망한 개혁세력들이 지지를 철회한 것도 큰 원인이라고 본다. 또한 대선(大選)에서 그를 지지했던 젊은 층들도 ‘청년 실업’ 장기화로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자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된다. 한나라당의 대승은 한나라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해 내지 못한 과거사 정리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투자기관 지역분산. 지방분권 등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리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권위주의를 청산함으로써 민주주의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가하면 민족자존을 지켜나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들을 해 왔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거듭되는 시행착오와 반대하는 자들의 힘에 부딪쳐 추진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잘 한 점은 묻혀버리고 잘못된 점만 보수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현상이 계속되다보니 힘도 빠지고 지쳐갈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렇더라도 주저앉아서는 안될 일이다.


      노 대통령은 누가 뭐라해도 ‘한국호’를 이끌어 나가는 선장이다. 지금까지 항해해 온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하여 좌초하거나 난파되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앞으로의 항해길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돼 한국호를 넘겨줄 때까지 최선을 다해 항해해 나가야 한다. 이것저것 정책실험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껏 추진해온 정책을 마무리하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이념대립을 부추겨 혼란을 야기해서도 안된다.


      노무현 정권이 독선·아집·오만으로 가득찬 무능정권이란 비난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반박하기 보다는 경청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점을 실천해 보여야 한다. 지금은 그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유구무언(有口無言) 하면서 묵묵히 국정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돌아선 지지층을 재 결집시키려는 무리한 시도는 또다른 사회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므로 특히 자제해야 할 일이다.


      남아 있는 임기동안 ‘경제 살리기’. ‘민생’. ‘국민통합’에 전념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우리의 희망이 실현됐다”며 얼마나 많은 서민들과 소외 계층의 사람들이 기뻐했던가. 이들의 가슴에 꺼져가고 있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준다고 섭섭해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하루하루를 천금과 같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여 서민의 눈물을 닦아준 대통령이었음을 후세의 사가(史家)들로부터 평가받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