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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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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어린 천사'에게 날개를

  • 기사입력 : 2006-05-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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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의 달 5월의 문이 활짝 열렸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하여 ‘어버이날’·‘스승의 날’·‘성년의 날’이 계속 이어진다. 산과 들녘에는 신록이 싱그러운 빛을 발하며 우리의 발길을 유혹한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들은 한창 피어나는 새 잎과 같다. 신록의 빛깔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듯이 어린이들도 생명의 나뭇잎처럼 풋풋하게 성장하면서 각기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 한국의 앞날을 걸머지고 나갈 꿈나무가 밝고 싱싱하게 커 나가는 한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플로베르는 “물오리가 날 적부터 헤엄을 치듯이 어린이들은 나면서부터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천성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들이 하는 일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물오리의 헤엄을 금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그 천성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어린이들을 ‘천사’라고 하지 않는가. 어린이의 마음은 착한 심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은 천사의 날개를 자르는 행위와 같다. 이 세상의 죄악에 물들지 낳은 어린이들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임에 틀림 없다. 꽃을 보면 마음이 밝아지듯이 어린이들을 대하면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우리는 천사(어린이)들을 통해 천국의 실루엣을 느낄 수가 있다.

      “막/ 울음을 거두고 난 아기의 중머리는/ 후광처럼/ 돋아나는 한낮.// 병아리가 햇살을 쪼고 있다./ 흩어진 밥알인 줄 알고.// 때로는/ 물매미처럼/ 세발 자전거를 타지만/ 뜰 밖으로 못나가는 동심// 아가는 손바닥을 턴다.// 순수에 부딪친 꽃씨가 떨어진다.// 앞자락엔/ 한 아람 풀내음이/ 안긴 채.// 어느새/ 뜰에 고인 햇살이/ 그득히/ 시력 앞에/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김광림 작 ‘동심’) 동심(童心)은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은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다. 그러므로 모든 것들이 왜곡되지 않고 그대로 비쳐서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온갖 세파(世波)에 찌든 어른들로서는 어린이의 행위 하나하나가 경이롭다. 그렇다보니 때론 불가해(不可解)하기까지 하다. 이런 동심을 보면서 우리는 ‘심경(心鏡)’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땟자국을 지워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기성세대들은 너무 과도한 짐을 어린이들에게 부과하는 것 같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2세인 자녀들을 통해 대신 달성해 보려는 욕망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한창 신나게 놀면서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나이임에도 갖가지 조기 학습을 시켜 숨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유·소년기부터 학습을 꾸준히 시켜야만 장차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생각하고 공부하며 즐겁게 놀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점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어른인 부모의 강압에 의해 사사건건 통제받게 되면 어떻게 건강하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싱싱한 나무를 보면 풋풋한 생명감이 물씬 풍겨남을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어린이들에게서는 활기찬 기운이 가득 차 있음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의 어깨에 얹어놓은 그 많은 짐들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 어린이는 부모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 주는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어린 천사’들이 별과 무지개를 보면서 휘황찬란한 유·소년의 꿈을 마음껏 꿀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에게 부여된 책무다. 어린이들의 꿈이 얼마나 크고 다양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미래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연의 품에서 자라나는 뭇 생명체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의 신비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부지불식간에 체득하게 된다. 이것은 장차 어른으로 성장해 창의적 삶을 영위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마음의 양식이 될 것이다. 천진무구(天眞無垢)한 우리의 ‘어린 천사’들이 본성 그대로 자라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어린이날’에 우리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목진숙(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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