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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巧言令色 : 간교한 말과 좋은 얼굴빛

  • 기사입력 : 2006-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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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언영색(巧言令色). 간교한 말과 좋은 얼굴빛

        필자가 알고 지내는 중국 북경사범대학(北京師範大學)의 교수 한 사람이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 자주 오는데. 마침 그 교수가 두 번째 왔을 때. 우리 대학에서 총장선거를 위한 투표가 진행되었다. 자기 나라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라 하면서 아주 부러워하면서 참관하였다. 그래서 투표가 화제가 되어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에 대해서 자랑하듯 이야기해 주었다.

        그 뒤 그 교수가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일본 필리핀 등을 두루 다니고 나서는 생각이 싹 바뀌었는데. 이렇게 자기 의견을 개진했다. “백성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는 각종 선거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여 ‘우리 중국에서도 언제 우리 손으로 직접 우리의 대표를 뽑아 보나?’라고 생각하며 부러워해 왔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하는 나라들을 다니다 보니. 차라리 선거제도를 실시 안 하는 우리 중국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선거에 뽑힌 사람은 꼭 가장 나은 사람이 아니고. 대체로 말재주 좋고 사람 선동 잘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 같습니다. 또 여러 가지 선거로 인해서 허비되는 경비도 어마어마할 것 아닙니까? 또 각종 선거가 너무 잦다 보니 백성들의 정신이 선거에 쏠려 자기 일 하는 데 지장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거 마치고 나면 당선자를 지지한 사람들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전임자가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여 발탁하는 중국의 제도가 나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대학의 총장 학장까지도 선거로 뽑는 민주주의를 자랑하지만 분명 선거의 문제점은. 이 중국 교수가 지적한 것 이외에도 많다.
        공무원으로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 분야의 전문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은 기관장이 되기가 어렵다. 장관 차관 청장 등으로 승진하기는 더욱 더 어렵다. 그러나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마이크 들고 시위나 하던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장관 차관 대통령 비서관 등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대부분 대통령 선거에 따라다닌 덕분이다. 또 자신이 선거에 나서 당선되기만 하면 도지사 시장 군수나 교육감 등으로 앉는다. 그러니 누가 성실하게 공부하겠는가? 학생들도 기성세대의 선거풍토를 배워 학생회장 선거를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여관을 정해놓고 대책회의를 하고. 고급 홍보물을 대량으로 만든다. 온 세상이 좀 더 근본으로 돌아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다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평소에 별 관계 없던 사람들이 학연 지연 혈연 등을 고리로 하여 친근하게 손을 내민다. 다 표를 의식해서이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을 보면 어딘가 비굴해 보이고 말은 실속이 없다. 공자(孔子)가. “간교한 말과 좋은 얼굴빛에는 인(仁 : 훌륭한 덕성)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는 말을 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교언영색을 무기로 하는 후보를 찍지 말고. 말은 좀 서툴고 표정은 투박할지라도 인격이 훌륭하고 실력을 갖춘 인물을 뽑도록 해야겠다. 그래야만 우리 지역도 살고. 나아가 나라도 살 수 있는 것이다.

    (*. 巧 : 교묘할. 교. *. 言 : 말씀. 언. *. 令 : 명령할. 령. 좋을. 령. *. 色 : 빛. 색)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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