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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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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문화선진국'의 꿈은?

  • 기사입력 : 2005-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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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 논설주간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풍요의 계절 10월은 마음의 곳간을 문화의 향기로 가득 채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도내 각 시군에서는 한달 내내 각종 문화예술제가 펼쳐져 지역민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은 낮시간 바쁜 가운데에서도 점심 때 또는 틈틈이 작품전시회와 예술공연장을 찾아가 관람하는 등 망중한(忙中閑)의 여유를 즐긴다. 일과가 끝난 뒤 저녁 무렵에는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손잡고 곳곳에서 진행되는 축제 행사장에 동참해 그동안 누적된 정신적 피로감을 씻기도 한다.
        사람은 밥과 빵으로만 살 수 없는 존재다. 따라서 누구나 문화를 누리려는 강한 욕구를 갖게 된다. 흥겨운 축제 한마당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것은 바로 천부적으로 타고난 인간 본연의 문화에 대한 내재된 갈망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지난날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여기에만 온통 정신을 빼앗겼다. 성장제일주의 정책과 사고에 젖어 문화예술은 항상 우선 순위에서 뒤처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문화예술에 대한 욕망을 배부른 자들의 사치스런 생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까지 했다. 과연 그러한 것일까.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왜 가난에 찌들린 생활을 하는 사람이거나 물질적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을 불문하고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일까. 이것은 빈부(貧富)를 가릴 것 없이 문화에 대한 갈망이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허전함을 치유하는 데에는 문화의 향기가 묘약이라고 하겠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는 만큼 문화가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해 ‘지체 현상’이 생겨난다. 이것은 나라와 처해진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첨단 문명을 구가하는 사회일수록 그 차이가 크며.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정신적 갈등도 훨씬 심하게 느낀다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양질의 문화를 향수(享受)할 기회가 많은 선진사회에서는 다양하고 수준높은 각종 문화예술의 장이 자주 펼쳐지고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그 치유의 길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배만 부르다고 하여 행복하다고 할 수 없으며. 정신적 만족을 얻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자양분. 즉 마음의 양식이 된다고 하겠다. 사람이 여타 동물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을 찾는다면 그것은 문화예술을 창조하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존재란 점이 아니겠는가. ‘배 부른 짐승이 되기보다는 배고픈 예술가가 되겠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우리도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문화입국’이란 슬로건만 내걸 것이 아니라 5천년 역사 속에 누적돼 온 한민족 문화의 정수를 잘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줄 기반을 튼실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속에 우리 문화를 심어나갈 수 있도록 심도 있는 연구와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아시아 제국(諸國)을 흠뻑 적시고 있는 있는 한류(韓流) 물결을 보면서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날. 문화는 그 나라의 국력을 측정하는 주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한마디로 ‘문화가 곧 국력이요 국부(國富)’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민족 고유의 문화적 이미지를 최대한 반영한 상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판매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다. 문화강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멀지 않아 오게 될 것이란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아니. 어쩌면 그날이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우리 문화를 창출해 전파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민족 고유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한민족이 아닌가. 잘 갈고 닦아 ‘문화 대국’ 반열에 반드시 진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지자체. 문화예술인과 일반국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중앙·지방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문화예술인들의 열정적 노력.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란 3박자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문화선진국’이란 목표는 더 이상 꿈일 수 없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지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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