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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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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오거돈 해수부장관의 '차별'

  • 기사입력 : 2005-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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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란 제하의 편지를 보면 진한 감동을 준다. 이 글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오장관의 말더듬을 흉내낸 것이 계기가 돼 폭발적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의원은 물론 네티즌들로부터 된통 비난세례를 받았다.
        오장관은 이 편지에서 ‘제가 바로 장애인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저는 말을 더듬습니다. -(중략)- 어려움은 있었지만 저는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반려자로 맞았고. 지금은 해양수산부장관이 되었습니다’라고 썼다. 가슴이 뭉클하다. 오장관은 말더듬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많이 불러 성악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장관은 또 장애인 복지문제에 대해 ‘그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차별입니다. 차별의 눈초리에 그들은 더욱 위축되며 더 많은 소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도 했다. 차이가 있더라도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각설하고. 경우는 다르지만 오장관이 신항만 명칭과 관련해서는 이 ‘차별’ 때문에 경남도민들의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오장관은 며칠전 화형식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형평’의 저울이 경남과 부산을 놓고는 부산쪽에 심하게 기울어진 탓이다. 한 식구인 강무현 차관은 부산쪽에 더 무게를 얹어 주고 있다. 이들 장·차관의 차별은 ‘말’에서 드러났다. 오장관은 지난 4월초 경남측 관계자들이 면담자리에서 신항 명칭에 ‘진해’를 넣어달라며 “경남에는 320만명의 도민이 있다”는 촉구성 발언을 하자. “우리는 400만명이 있다”고 바로 되받았다고 한다. ‘우리’란 게 자신은 부산과 한 편이란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마치 해양수산 분야의 총책인 장관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부산시장 출마(?)를 앞둔 발언쯤으로 들린다.

        여기에다 강차관은 한술 더 떠 지난 14일 신항 명칭안을 심의중인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진해시민 일부만 관심이 있고. 경남도민은 관심도 없다. 여론조사하면 전 국민의 1%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고 근거없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 의장과 20개 시군 의회 의장들이 비상대책위를 발족하는 마당에 진해시민만 관심이 있단 말인가. 이들의 ‘차별’이 확연히 느껴진다. 물론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경남의 요구는 아랑곳없이 이 와중에 임시관할 관청으로 부산을 지정한 것만 봐도 ‘의도된 수순’이 엿보인다. 혹자는 이들 장·차관의 노골적인 행태 이면에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편견’을 경계해온 사람이 이렇듯 편향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도민들 중 어느 누가 부산과의 갈등을 원하겠는가. 진해의 한 향토사학자가 언급했듯이 지난 세월 부산은 경남의 품에서 나왔다. 부산이 장남이라면 울산은 차남격이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게 부모된 도리다. 그러나 주지않은 재산을 자식이 탐낸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역이기주의니 국가경쟁력이니 운운하며 호도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진해 어민들은 항만부지로 어장 내주고 일자리마저 잃었다. 돌아온건 바다 해충과 쥐떼 뿐인데 지역이기주의가 당키나한 말인가. 브랜드 가치면에서도 진해항은 군항(軍港)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무역항으로서의 부산항에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도록 ‘안전보장’의 의미를 보탠다면 국가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신항은 거리상으로도 진해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대로 뒀다간 국가적 낭비를 초래하는 지리한 소모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부산신항이냐 진해신항이냐’는 명칭다툼은 논리나 명분 차원이 아니라 ‘상생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산·진해신항’이 ‘차별’없이 부르기도 좋고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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