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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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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金爀珪지사와 ‘F-3대회`

  • 기사입력 : 2000-1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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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정적 시민여론이 빗발치던 ‘F-3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내년에 또다
    시 창원에서 개최키로 하고 지난달말 막을 내렸다. 대회기간 내내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은 굉음과 교통체증으로 인해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만 했
    던 도심 대회장 주변 시민들이었다. 오죽했으면 중앙·반송 동민들을 중심
    으로한 창원시민들이 개최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였겠는가. 심지어 소음 때문
    에 인근 주택가의 한 어린이가 警氣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런데도 金爀珪지
    사는 한 방송과의 대담에서 “자동차 경주대회는 스피드와 굉음을 즐기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이 말은 불특정 대다수의 시민들이 도지사의 말처
    럼 ‘스피드와 굉음을 즐기는 사람들’일 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경주대회를 싫어
    한다. 왜냐하면 견디기 힘든 굉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시민은 ‘광란의 질주’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터져
    버리는 것만 같다면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회와 관련해 일반 시
    민들이 받는 고통과 불편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도지사가 이같은 무책임한
    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金지사는 또 “경기장 주변 주민들의
    수입을 위해 건물 옥상에 의자를 놓고 관람료를 받게하여 주민들의 수입이
    생기도록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넌센스적인 발상이다. 정말
    로 金지사는 이 일이 가능하다고 보았는지 묻고 싶다. 격앙된 경주장 주변
    시민들의 감정을 누그러 뜨리기 위해 실행 불가능한 일을 그냥 해 본 말이
    라면 이것은 곧 도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행위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은 경남도가 어떠한 연유와 경로를 통해 이 대회를 유치해 개
    최하고 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 자동차 경주대회가 누구를 위한 것인
    지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창원시청 직장협의회에서의 설문조사 결과, 63%
    의 공무원들이 ‘도지사를 위한 대회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점으로 볼
    때 여론 수렴 없이 도지사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해 유치된 것이 아닌가하
    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 金지사는 도민들에게 분명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 만일 도지사 개인
    의 선전 및 이미지 제고 등 사적인 목적하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것이 사실
    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일뿐만 아니라 그는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
    야할 것이다.

    경남도는 이 대회를 개최하면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
    고 홍보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외국
    관광객은 커녕 국내 타지역에서 관람온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람
    인원 강제동원, 입장권 떠맡기기 및 할당 판매, 공무원 동원 등등 각종 말
    썽만 빚은 이 대회가 지역경제에 무슨 도움을 준다는 말인가. 최근 국회 행
    정자치위원회의 경남도 국감에서도 당초 100억원이란 거액의 혈세를 투자
    한 것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극히 미미한 낭비성 행사란 지적을 받은 바 있
    다. 그리고 도의원들도 도정질문을 통해 이 대회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했
    다. 이에 대해 金지사는 각 계층인들이 참여한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어
    ‘F-3 대회’의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청·토론회를 여
    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피해지역 시민들을 비롯한 일반 도민
    들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일이라 할 것이다.

    다수의 도민들이 원치 않는 대회나 행사의 경우, 도민들의 반대 이유에
    충분한 명분 및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절대로 강행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러
    한 일이 주민들의 쾌적한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때에는 더더욱 그러
    하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F-3 국제자동차경주대회’ 개최를 반대하
    는 도민들의 명분과 이유는 지극히 정당하다. 그러함에도 무리하게 대회를
    강행하려 하거나, 행사개최에 우호적인 몇몇 인사들만 참여시켜 소위 눈가
    림식 공청·토론회를 개최해 진정한 도민 여론을 호도하려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과 함께 시민 저항이 뒤따르게 된다는 점을 金지사는 명심해야 할 것
    이다. 실직자들이 늘어나는 등 경제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이 때 도
    지사가 취해야 할 진정한 자세는 아픈 도민들의 마음을 위무하면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도
    심 휴식공간을 어느날 갑자기 소중한 혈세를 들여 자동차 경주장으로 바꿔
    고통스런 소음공해를 유발하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
    에도 정면 배치되는 행위이다. 金爀珪지사는 이제 백해무익한 비경제적인
    낭비성 자동차 경주대회를 계속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쯤에서 중단해야 한
    다는 점을 직시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
    다. 목진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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