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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30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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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거·이주·잔류… 입주단체, 계약 조건 따라 행보 엇갈려

폐점 앞둔 롯데백 마산점 오피스 공간 입주단체는

  • 기사입력 : 2024-06-26 21: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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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 연장 안돼 사무실 비워야
    22년 체류 생활문화예술협 퇴거
    경남걸스카우트는 다음주 떠나

    합포문화동인회 등은 갈 곳 미정
    경남의사회 등 실소유 단체들
    건물 존치 여부 알 수 없어 ‘답답’


    오는 30일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폐점하는 가운데, 백화점 상층 오피스 공간에 입주한 지역단체들의 향방이 부동산 계약조건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떠나는 단체는 아쉬움이 가득하고, 떠날 계획이거나 남는 단체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지난 2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롯데백화점 마산점 13층 이상 오피스 공간 복도에서 한 입주자가 사무용품을 들고 나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2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롯데백화점 마산점 13층 이상 오피스 공간 복도에서 한 입주자가 사무용품을 들고 나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25일 오전 롯데백화점 마산점 13층. 복도에 비치된 입주사 소개란은 기업과 지역단체 이름으로 가득했다. 요란한 소개란과는 반대로 복도는 어둡고 조용했다. 사무실 절반가량은 문에 ‘퇴거 안전점검 완료’라 적힌 종이가, 엘리베이터 옆에는 인근 사무실을 임대해준다는 전단지가 부착돼 있었다.

    2002년부터 22년간 1315호를 사용했던 마산생활문화예술협회는 2주 전 사무실을 비웠다. 임대계약은 내년 3월로 8개월가량 남아 있지만, 백화점 폐점으로 발생할 불편을 생각해 시원섭섭한 결정을 내렸다.

    김미윤 회장은 “대우백화점 시절에 문화예술단체에 사무실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는데 떠나게 되니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1523호에 수십 년간 머문 한국걸스카우트 경남연맹은 일주일 뒤인 내달 3일 사무실을 옮긴다. 임대계약 기한은 10월 말이지만 백화점 측의 퇴거 요청 공문에 따르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퇴거하는 입주민에게 이사비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20층에 있는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창원지대는 갈 곳조차 없는 상황이다. 봉사단체로서 오래전부터 무상으로 입주해 활동해왔기에, 다른 공간을 임대할 금전적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봉사대의 계약기한은 내년 2월까지다.

    40년 넘게 지역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어온 합포문화동인회도 사무실 이전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기한은 내년 1월까지로 다소 여유는 있지만, 강좌 준비 등을 위해선 시간에 쫓기지 않고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인회 관계자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넉 달 안에 사무실 이전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것들은 내부에서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임대계약과 달리 부동산을 소유한 단체는 입장이 다르다. 떠나지 않아도 되지만 불안하고 답답하기는 계약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1521호 입주단체인 경남의사회는 1997년 대우백화점 개점 때부터 공간을 매입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백화점 폐점은 물론 오피스 퇴거 공문과도 무관하지만 불안감은 떠나지 않는다.

    조혜인 경남의사회 사무처장은 “올해까지는 전기, 수도 등을 관리한다고 해서 지장은 없을 거라고 들었다”며 “하지만 임대계약한 업체들이 퇴거한 후 새로운 업체들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결국 건물 소유주인 KB자산운용 쪽에서 남아 있는 기업·단체들에게 접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725호에 입주한 마산미술협회도 퇴거 압박을 받진 않지만, 내년 이후를 예상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임형준 마산미술협회 회장은 “공간이 우리 것이기에 현 상황에서 이사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주변 입주기업·단체들은 대다수 떠나는 상황임에도 아직까지 건물이, 사무실이 어떻게 될 계획이라는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와 관련, “임대계약자들은 저희와 계약했기에 관리하고 있지만, 부동산 소유자들은 직접적인 계약이 아니기에 KB자산운용 쪽과 논의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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