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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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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감투- 정민주(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4-05-01 19: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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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투는 예전에 머리에 쓰던 의관을 뜻한다. 말총, 가죽, 헝겊 따위로, 탕건과 비슷하나 턱이 없이 밋밋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감투는 고려사-여복지에서 ‘녹관(녹만 받는 관원) 근무 시 삼관의 각 영위정은 감투를 착용한다’는 관복의 규정에 처음 등장한다. 고려시대 우왕 13년(1387년) 관복 개정 때 사용하기 시작해 조선시대 들어 평민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후기에는 솜을 넣어 방한용으로 착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투 쓰다’는 벼슬하다는 뜻으로 흔히 활용된다. 감투는 관직의 표상인 탕건을 말하는 것인데,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탕건이 감투로 바뀌었는지는 학자들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일상에서 모자의 일종인 ‘감투’는 사라졌지만 관직에 오르다는 뜻으로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고려, 조선시대 관리들은 매미의 날개 문양을 감투 장식으로 썼다. 그 당시 선비들은 매미를 청렴의 상징으로 여겼다. 지금이야 과학의 발전으로 매미가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라는 걸 알지만, 당시엔 매미는 이슬을 먹으며 산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슬만 먹는 매미처럼 청렴하게 관직에 임하라는 뜻에서 감투에 매미 모양의 날개를 달았다. 고금을 막론하고 위정자들은 청렴을 으뜸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22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연일 신경전이다. 거대 야당은 국회의장과 17개 상임위원장 독식을 시도하고 있고 여당은 의석수 비율로 나눠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경남도의회 역시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벌써 과열 양상이다. 지난 11대 후반기부터 당내 최다선 의원을 추대하는 방식의 관례가 깨지면서 오는 6월 치러질 의장단 선거에 초선부터 최다선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감투’를 쓰겠다고 한다. 청렴과 품위의 무게가 더해진 감투를 쓸 땐 그 크기를 마땅히 살펴야 한다. 제 머리보다 큰 감투를 쓰면 앞이 보일 리 만무하다.

    정민주(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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