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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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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 복용이 두려운 젊은 당뇨인들] 평생 먹어야 된다? 빨리 먹어야 된다!

  • 기사입력 : 2024-04-22 08: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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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뇨 받아들이기 어려워 치료 꺼리는 경우 많아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생활습관만 고쳐도 호전
    진단 후 약 복용 빠를수록 합병증 발생위험 낮춰
    약 중단 않고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게 가장 중요
    식이요법·운동 병행 땐 약 끊고도 혈당관리 가능


    젊은 나이에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약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벌써부터 만성 질환자로 분류되는 것도 그렇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복용이 빠르면 빠를수록 치료 효과가 높으며, 약을 끊고 혈당을 관리할 수도 있으니 약 복용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를 상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뇨병은 혈액 내의 포도당 농도인 혈당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8시간 이상 금식 후 채혈 검사에서 혈당(공복혈당)이 126㎎/dL 이상이거나 3개월간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인 경우에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공복혈당이 100.0~125.9㎎/dL 사이인 상태를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라고 한다. 당뇨병 전단계 성인의 약 25%는 3~5년 이내에, 70%는 평생에 걸쳐 2형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외국의 연구를 보면, 당뇨병 전단계부터 메포민과 같은 약을 일찍 복용하는 것이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뇨병 전단계부터 꼭 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2030세대 젊은 성인의 10년 사망 위험을 조사한 결과,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공복혈당장애 성인이 2~3년 이내에 정상 공복혈당으로 회복되면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26% 감소했다. 이 연구는 당뇨약을 복용한 사람은 제외하고 순전히 생활습관을 개선해 혈당이 낮아진 사람만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적절한 체중 유지, 금연, 절주의 실천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당뇨병 진단 후 바로 약 복용 필요=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팩트 시트에 따르면, 공복혈당 또는 당화혈색소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수를 추정하면 약 570만명으로 유병률이 16.7%에 달했다. 혈당 조절에 가장 중요한 호르몬은 인슐린이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서 인슐린에 대한 반응도가 떨어지는 경우 모두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다.

    건강검진 후에 당뇨가 진단되어 당뇨약을 처방했는데, 3개월 후 피검사 결과를 보면 혈당 조절이 너무 안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동안 약을 잘 안 드셨나요?”라고 물어보면 양배추즙을 열심히 먹기 시작해서 당뇨약을 한 달 동안 끊었다고 말한다. “왜 약 드시는 것을 싫어하세요?”라고 질문하면 “지금부터 약 쓰면 나중에 더 쓸약이 없어져서 인슐린 주사로 빨리 가게 되는 것 아닌가요?”하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후 약 복용 시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우리 몸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50% 이상 떨어지면 혈당이 올라간다. 이때 일찍 당뇨약을 쓰지 않으면 매년 18%씩 인슐린 분비능이 계속 떨어지게 된다. 빨리 당뇨약을 써서 무리하고 있는 췌장 베타세포를 쉬게 해주어야 오히려 인슐린 주사치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경구용 당뇨약에는 번아웃 될 위기에 있는 베타세포를 쉬게 하는 약이 많다. 당뇨약을 복용하지 않아 높은 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더 빠르게 악화하고 당뇨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고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눈의 망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되어 시력을 잃고, 콩팥 기능이 떨어져서 투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말초혈관과 신경이 손상되면 당뇨병으로 발에 궤양이 생기고, 심하면 절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철저하게 혈당을 관리하면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규칙적인 약 복용이 치료에 이득=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당뇨약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복용하는지 나타내는 정도를 약제 순응도라고 한다. 당뇨약 처방을 100일 받았는데 40일만 복용했다면 약제 순응도는 0.4이고, 90일 복용했다면 0.9이다. 우리나라의 신규 당뇨병 환자를 조사해보면, 당뇨약을 규칙적으로 잘 복용한 대상자(약제 순응도 0.8 이상)에 비해 약제 순응도가 낮아지면(0.60~0.79, 0.40~0.59, 0.20~0.39, 0.20 미만) 사망 위험도는 각각 19%, 26%, 34%, 45% 증가했다. 즉 건강검진에서 당뇨병으로 진단받아 약 처방을 받는다면 자의로 중단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건강에 큰 이득이 되는 것이다.

    당뇨병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식이요법 및 운동을 병행하여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분 중에는 인슐린 분비 능력과 인슐린 저항성이 호전되어 약을 끊고 건강하게 혈당을 관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당뇨약을 조기에 사용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글=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2024년 건강소식 4월호에서 발췌

    (자료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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