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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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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담은 ‘나무의 사계’ 예술로 가꾼다

[식목일 앞두고 만나본 ‘분재의 세계’]

  • 기사입력 : 2024-04-03 21: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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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년 분재 사랑’ 정창식 분재協 창원지회장
    분재의 기본은 애정으로 나무 키우는 것
    내 손으로 다듬고 시간으로 빚어내는 매력
    “많은 이들이 나무 사랑하듯 자연 사랑하길”


    식목일에 화분을 산 경험이 있다. 잘 키웠냐 하면 대답하기 무안하다. 베란다에 두고 가끔 물을 준 것이 전부였으니. 그러나 1년, 아니 10년,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화분에 정성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 분재(盆栽)를 키우는 사람들이다. 분재란 작은 나무가 뿌리한 화분을 말하기도, 그 나무를 키우고 다듬어내는 행위를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자연미, 수형미, 고태미 등을 좇기 위함이라 분재는 예술의 한 분야다.

    지난 2일 창원 봉림동에 위치한 한 비닐하우스에서 정창식 한국분재협회 창원지회장이 나무를 다듬고 있다.
    지난 2일 창원 봉림동에 위치한 한 비닐하우스에서 정창식 한국분재협회 창원지회장이 나무를 다듬고 있다.

    지난 2일, 식목일을 앞두고 분재의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정창식 한국분재협회 창원시지회장을 만났다. 정 지회장의 비닐하우스는 창원 봉림동 인근, 햇빛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위치에 있다. 비닐하우스 아래 소나무, 향나무, 소사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각기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화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정 지회장은 집보다 비닐하우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다. 이렇게 매일 나무를 다듬고 관리한 세월이 벌써 25년을 넘겼는데, 그도 이렇게 긴 시간 분재에 빠져들 줄 몰랐다. “주택에 잘 꾸며진 정원수들 있잖아요. 그것이 어린 시절의 작은 꿈이었는데, 그런 제 로망과 상통한 분재를 알게 됐죠. 취미로 시작했는데 내 손에 자연이 담긴다는 매력에 빠진 거예요.”

    정창식 지회장이 키우고 있는 소사나무 분재.
    정창식 지회장이 키우고 있는 소사나무 분재.

    분재의 매력은 자연미를 향유하는 데 있다. 작은 나뭇가지 위로 봄에는 새싹이 파릇파릇 올라오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했다가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들더니 겨울에는 가지가 앙상하다. 나무마다 사계절에 나타나는 형태도 다르다. 생명이기에 그 풍경은 매년 새롭다. 이 자연의 순환을 작은 화분 안으로 축경(縮景)할 수 있다는 경의, 그것이 분재를 하는 이유다.

    거기다 분재라는 예술은 ‘완성’에 대한 정의를 표하기 어렵다. 줄기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모양목, 줄기가 곧게 뻗은 직간형, 아래로 흘러내리는 형태인 현애형, 좌측으로 선 사간형 등 오랜 시간에 걸쳐 원하는 형태로 나무를 성숙시켰더라도 그 모습은 그대로 고정되지 않는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이니 당연한 일이다. 다시 성숙시키고 다듬는다. 그것이 분재의 고태미(古態美), 오랜 세월이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분재란 매 시각 변화하고 미가 거듭나는 유일한 예술이 아닌가.

    정 지회장이 얘기하는 분재의 기본은 ‘애정을 가지고 키우는 것’이다. 미적 형태의 추구나 가지치기와 배선 등 기술을 떠나 나무를 키우는 것이 분재의 시작이다. 어떤 거름을 주고 물을 얼마나 줘야 할지, 적정한 온도는 어떤지, 병충해를 어떻게 방지할지. 각기 다른 나무의 습성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한다. 애정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은 분재에 대한 충실이다.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어렵기에 오랜 시간 두었던 분재도 방심하면 나무가 마르거나 뿌리가 썩는 등 고사하기 마련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다 보니 분재를 키우는 이들은 당연하게도 자연을 사랑한다. 길거리를 걸으면 가로수가, 산을 타면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이 오롯이 키워낸 나무의 형태 또한 하나의 분재요, 예술이다. 식생을 저해시키는 기후위기에 민감하고, 나무를 심는 식목일은 분재를 키우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일 수밖에 없다.

    “분재를 키워내는 사람 중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는 없어요. 환경 문제를 생각하더라도 분재를 취미로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나무를 사랑한다면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기본 덕목이 될테니까요.”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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