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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돌봄의 손길- 강희정(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12-07 19: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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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땡그랑~땡그랑~ 따뜻한 종소리와 함께 거리에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가 걸렸다. 도심 광장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 100도를 향해 온도를 올리고 있다.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김장나눔 행사도 한창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고 누군가를 살펴보고 돌봐주는 것, 우리는 사랑이나 인정, 인간다움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1901~1978)는 인류문명의 시작을 1만5000년 전 인간의 부러진 다리뼈에서 찾았다. 1950년대 외과의사들과 함께한 한 강의 자리에서 그녀는 인간의 다리뼈, 그것도 대퇴골(넓적다리뼈)을 들어보였다.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흔적이 남아 있는 다리뼈였다. 그녀는 최초의 진정한 문명의 증거를, 인간이 동물과 진정 다르다는 증거를 고대 인류의 이 다리뼈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퇴골은 엉덩이와 무릎을 연결하는 인체의 가장 긴 뼈이다. 그 넓적다리뼈가 부러지면 현대 의술이 없는 사회에서는 나을 때까지 6주가량 움직일 수 없다. 고대 동물의 왕국에서 다리가 부러지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위험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고 물을 마시거나 사냥할 수도 없다. 부러진 넓적다리가 다시 붙었다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만의 생존을 도모하지 않고, 그 낙오자의 곁을 지켜주었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서 회복될 때까지 돌봄의 손길이 있었다는 증거다.

    ▼문명의 증거가 돌도끼 같은 도구가 아니라 돌봄의 손길을 받은 회복된 뼈라니 그 발상에 가슴 뭉클해진다. 올해는 전쟁에 고물가, 코로나19 여파까지 모든 것이 힘든 한 해였다. 그럼에도 가족과 이웃을 지키고 돌봐주는 손길 덕에 또 한 해를 무사히 넘기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온정, 물질과 내 마음을 내어 주변을 다독이는 이들의 손길을 기억하며 차디찬 12월이 끝나기 전에 마음을 전해 보자.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강희정(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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