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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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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바르고 고운 말은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빛이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 기사입력 : 2023-11-06 19: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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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으로 언어폭력이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언어 폭력이란 상대방에게 욕설 또는 협박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정신적인 피해를 입히는 폭력을 의미한다. 친구 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지나치면 신체 폭력으로 발전하게 되고 심지어 학부모 간의 감정 싸움이 되어 법정 다툼까지 가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요즘 들어 선생님들의 언어 사용은 많이 정제되고 자제되고 있다. 옛날처럼 사제지간에 오가는 따사로운 언어의 온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소통과 공감의 시간과 공간이 축소되고 있는 것 또한 요즘 학교 사회에서 일어나는 슬픈 이야기이다. 역으로 일부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막말을 하는 일탈을 보면서 필자가 학창 시절에 흔히 들었던 선생님의 엄한 꾸짖음과 사랑의 매는 전설이 되었다.

    오늘날처럼 언어 사용이 오염되고 막말로 인한 학교 사회의 언어 폭력은 학교와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눈만 뜨면 접하게 되는 텔레비전 방송의 경우를 보면 문화, 예술, 교양 프로그램 등 국민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 편성은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시간대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막장 드라마일수록 유치한 언어 사용과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말 장난을 일삼는 예능 프로그램일수록 시청률이 높은 현실은 우리의 언어 사용을 더욱 거칠게 하고 미래 사회를 어둡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번쯤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정치권을 살펴보면 국회가 열리면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상대 정당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일부 의원들의 경우에는 ‘아니면 말고 식’의 상식 밖의 언행과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거친 언쟁에 연이어 고함으로 상대방을 억박지르는 등 막말 정치를 펼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도덕적, 인격적 소양이 결여된 일부 의원들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큰 소리치며 활개 치는 사회가 과연 우리가 말하는 상식과 공정이 바로 선 정의 사회인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의원이야말로 거친 말보다는 보다 격조 높은 언어 사용과 함께 자기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때 유권자인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거친 언어가 난무하는 현상은 그동안 우리 말과 글을 다듬고 가꾸는 일에 등한시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과 공감의 도구이면서 잘못 사용하면 공격과 분쟁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학교 폭력과 사회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오고 가는 말투가 거칠어진 탓이 크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예사로 사용하는 비속어나 반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거친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입시 교육에만 몰입하는 부모 인식과 학교 교육, 각종 대중 매체에서 쏟아지는 정체 모를 신조어와 비속어, 정치권의 막말 등은 우리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칼로 다친 상처는 아물어도 말로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는 말처럼 잘못된 언어 사용은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지금부터라도 세련되고 품격있는 언어 문화를 재창조하면서 바르고 고운 말만 쓰는 문화선진국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요. 언어가 그리 많아도 잘 골라 써야만 보석이 됩니다. 우리 오늘도 고운 말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해요. 삶에 지친 시간들 상처받은 마음들, 고운 말로 치유하는 우리가 되면 세상 또한 조금씩 고운 빛으로 물들겠지요. 고운 말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지요”라는 이해인 시인의 말처럼 바르고 고운 말이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빛으로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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