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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쉬어가게-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6-28 19: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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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란 쿤데라는 ‘농담’에서 “우리 삶의 모든 중대한 순간들은 단 한 번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노인인구 1000만, 고령화율 20%인 ‘초고령사회’가 2025년 한국에서 현실이 됩니다. ‘젊음이 신의 선물이 아니듯, 나이 듦 또한 죄나 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회적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스스로 대응하도록 돕는 방안이 뭘까 종종 생각합니다.

    ▼남해군은 노인인구 비율이 39.3%(2022년 4월 말 기준)로 3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화 지역입니다. 다니면서 놓치지 않고 보려는 정책적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노인에 대한 정책입니다. 스스로 나이 듦에 대한 자각 혹은 자애감의 발로라는 점을 숨기지 않겠습니다만, 굳이 변명하자면 한국 사회가 배우고 익힐 교과서적 요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있습니다.

    ▼코발트빛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남해 국도변 가게에서 눈길을 잡는 물건을 종종 발견합니다. ‘여기 쉬어가게’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의자입니다. 우산, 미끄럼방지매트, 지팡이걸이도 있습니다. 떡집, 슈퍼, 식당, 이·미용업 등 고령친화상점 86곳에 설치됐답니다. 생수·화장실 제공에 학대신고 전화안내 등 어르신에 대한 서비스가 기본입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쉬운 길은 나를 잠시 내려놓고 여럿이 함께 손을 잡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을 속이지 않고 완전히 알고 있어야 인간”이라고 한 밀란 쿤데라의 말과 같이. 태어남에서 돌아가는 그 길을 인정하고 속이지 않는 자세로 걸어가는 그 여정, 그 길을 돕고 챙기고 살피는 일,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일인 동시에 가장 인간답도록 돕는 행정서비스라고 생각됩니다. 복지의 처음이자 끝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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