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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53만 청년 표류기-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6-21 19: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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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김씨 표류기’ 속 배우 정려원은 빛이 들지 않는 좁은 방 한칸에서 온종일 생활한다. 온통 쓰레기로 뒤덮인 방, 옷장 속에서 잠을 자고 엄마가 방문 앞에 두고 간 밥 한끼만 겨우 먹으면서 가짜 자신으로 만들어진 미니홈피 꾸미기에 집중한다. 학창시절 상처와 자격지심으로 3년째 고립 생활을 이어온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달 사진 찍기.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그녀는 ‘여자 김씨’였다.

    ▼‘틀어박힌 인간’이란 뜻의 ‘히키코모리’. 일본은 6개월 이상 집을 벗어나지 않거나 최소한의 외출을 한 상태로 정의한다.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회진출 시기와 취업빙하 시기가 겹치면서 급속도로 늘었고, 경기 불황이 짙어진 1990년대부터 본격 부각됐다. 일본의 틀어박힌 청년들은 이제 중장년이 됐고, 코로나19 장기화 등 영향으로 일본 40대의 2%가 히키코모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들을 ‘은둔·고립청년’이라 부른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는 2021년 기준 전국 19~34세 청년 1077만6000명 가운데 5%에 해당하는 53만8000명이 고립청년이라고 한다. 인구감소로 실업률과 취업률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경제활동 등을 쉬었다’는 20대는 지난해보다 3만6000명 늘어난 35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그래서 여자 김씨는 어떻게 됐나. 여자 김씨는 자살 시도로 한강 밤섬에 고립된 채 치열하게 생존을 이어가는 ‘남자 김씨’를 통해 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전직’ 히키코모리였다는 이들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계기도 하나같이 사람과 소통이 있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는 오늘날의 청년들이 고스펙 사회에서 위기감과 좌절, 외로움을 느끼며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시대. 이들이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복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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