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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쿠쉬나메(Kushname)-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3-06-19 19: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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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의 ‘이란’에 전해지는 역사 서사시(?)인 쿠쉬나메는 우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승된 이야기를 토대로 10세기 시인 페르도우시가 완성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배경은 사산 왕조 시대 페르시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있던 시기다. 800쪽 분량의 이 책 중에서 500여 쪽에 달하는 내용이 신라에 관한 이야기다. 실라 혹은 바실라를 찾은 페르시아 왕족의 이야기다.

    ▼흔히 이슬람교를 믿기에 이란 역시 아랍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란은 엄연히 아랍과는 구분된다. 종교적으로는 무슬림이지만 아랍은 민족 개념이고, 그에 대비되는 이란은 페르시아 민족이라 하겠다. 아무튼 아랍과 전쟁을 벌이던 페르시아는 왕족을 당나라로 망명시켰고, 이들이 다시 신라에까지 이르렀다가 다시 페르시아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가 쿠쉬나메다.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이 당나라를 거쳐 다시 신라로 오면서 당시 신라 왕이었던 테후르의 딸인 ‘프라랑’ 공주와 사랑하고, 신라에서 지내며 신라의 자연과 문화, 사람의 이야기가 쿠쉬나메의 주를 이루는 내용이다. 당대 신라왕이 헌강왕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쿠쉬나메는 역사서라기보단 서사시이기에 정확한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당시 페르시아와 신라가 서로의 존재를 아는 것은 물론 실제적인 교류가 이뤄졌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처용’만 해도 외모는 딱 페르시아인이다. 어쩌면 쿠쉬나메의 주인공 혹은 주인공을 따라 신라를 찾은 이방인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어쩌면 서구의 시각으로 무슬림과 아랍을 바라보고 있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일 수도 있으나, 1000년전 우리는 그들과 적의 없이 활발하게 교류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외교나 민간의 교류가 더 활발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차상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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