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6일 (월)
전체메뉴

[갑상샘암] 아무리 착해도 수술은 받아야

국내 암 발생률 1위지만 생존율도 1위
정기적 검진으로 갑상샘 결절 확인 필요
대부분 증상 있어 내원해 갑상샘암 진단

  • 기사입력 : 2023-04-24 08:10:03
  •   
  • 2020년 국가 암 통계에 의하면 갑상샘암이 10여 년 만에 다시 남녀 발생률 1위로 보고되었다. 남성에서는 6위, 여성에서는 유방암 다음으로 2위, 남녀 전체 2만9180명으로 1위의 암 발생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생률이 1위지만, 생존율도 1위라는 점이다. 1990년도에는 약 95% 정도의 5년 생존율을 보였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거의 100%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인다.

    이러한 생존율을 볼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완치가 가능한 것이 갑상샘암이다. 2014년에 실제로 갑상샘암 환자를 직접적으로 진료하지 않는 일부 의사들이 갑상샘암의 과잉 진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 대한 이슈가 있고 난 이후 연간 4만 명 정도 발생하던 갑상샘암 진단 환자 수가 급감하였고 이후 다시 꾸준히 증가하여 2만 9000여 명까지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실제 환자 수가 감소한 것이 아닌 진단 환자 수가 감소하였던 것으로 실제 갑상샘암 환자를 진료하는 많은 의사가 예전에 비해 림프절 전이가 심한 환자의 수가 더 늘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진단이 늦어져 갑상샘 반절제만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 갑상샘 전절제, 목쪽 림프절절제술까지 받아야 하는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수술을 크게 해야 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증상이 있어 내원하여 갑상샘암이 진단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 번도 갑상샘에 관한 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다면 한 번쯤은 갑상샘 초음파를 통해 갑상샘 결절 유무를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갑상샘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이후 3~4년에 한 번 정기적인 검진으로 충분할 수 있다. 만약 갑상선 결절 같은 이상 소견이 있다면 그 모양이나 양상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더 짧은 간격으로 검사를 하거나 세침흡입 검사 같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2014년도의 갑상샘암 과잉 진단에 대한 이슈가 있었던 이후로, 갑상샘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에서 수술에 대한 논란도 많아졌다.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김동일 교수는 실제로 외래에서 진료하다 보면 “갑상샘암은 수술받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질문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그때 이후로 더 많아진 분위기라고 전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갑상샘암은 수술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근거가 있는 갑상샘암의 치료는 수술적 절제만이 유일하다. 물론 갑상샘암으로 진단된 모든 환자를 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갑상샘암의 경우에는 최근의 연구 동향에 따르면 즉각적으로 수술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갑상샘 초음파를 하면서 경과 관찰하다가 그 크기가 커지는 경우나 림프절 전이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에 수술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수술한 환자들과 생존율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갑상샘암은 느리게 자란다는 인식이 많이 알려져 거북이 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 교수는 “갑상샘암으로 진단되었으나, 암의 크기가 작고 그 위치가 나쁘지 않아 10년 넘게 초음파 검사를 통한 적극적 감시를 하면서 지켜보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이렇지는 않다. 갑상샘암의 크기가 5mm 정도로 작더라도 경동맥 바깥쪽의 가쪽 림프절까지 전이가 되어, 갑상샘을 전부 절제한 후 가쪽 림프절 절제를 한 경우도 있고, 수개월 사이에 그 크기가 커지는 경우도 있고 각각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다. 크기가 작다고 모든 갑상샘암이 천천히 자라고 전이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갑상샘암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와 상의하여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한다.

    그렇다면 로봇수술의 필요성은 어떨까. 과거에는 암에 걸린다는 것이 환자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일이고 암의 치료는 생존을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암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었다. 암 수술 후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나 수술 상처에 의한 흉터 등은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점차 의학과 암의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암 치료 후 생존율이 증가하게 되었고, 특히 갑상샘암의 경우 최근 통계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100%에 육박하다 보니 갑상샘암의 치료는 생존의 문제는 기본으로 하고 수술 후 삶에 관해 관심이 더 집중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외과의 전 분야에 걸쳐 복강경 등을 이용한 최소 침습수술이 보급되게 되었고, 갑상샘암 수술 분야에서도 최소침습 수술에 대한 요구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갑상샘암의 경우 젊은 여자 환자의 비율이 높다 보니 수술 후에 목에 흉터를 가지고 여생을 보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갑상샘을 수술하는 외과 의사들은 겨드랑이나 가슴 쪽을 절개하여 복강경 수술에 사용하는 기구를 이용하여 갑상샘을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시행했고, 2000년대 초반에 로봇수술 기구가 보급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로봇을 이용한 갑상샘암 수술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07년에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로봇을 이용한 갑상선절제술이 시행되었다. 이후에 로봇 갑상샘 수술법은 모두 우리나라 의료진에 의해 개발되었고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 선진국으로 수술법을 배우러 갔지만, 지금은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로봇수술을 배우러 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로봇 갑상샘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인다.

    이러한 로봇 갑상샘 수술은 목을 절개하는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는 가장 큰 장점이 있고, 수술 시야가 맨눈에 비해 10배가량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에 갑상샘 주위의 신경이나 부갑상샘을 보존하는 데 효과적이며 목에 상처가 없고 수술 후 유착이 적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물론 고가의 로봇수술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술비가 비싼 단점이 있다. 하지만 목 절개를 통한 수술 후 흉터가 심하거나 특히 켈로이드가 있는 환자들의 경우, 레이저 등을 통한 흉터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정신적 고통을 생각한다면 비싼 수술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더 나아가 2018년 우리나라 의료진에 의해 구강을 통한 로봇 갑상샘 수술법이 개발되어 환자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다. 기존의 로봇 갑상샘 수술은 흉터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겨드랑이에 5~6㎝ 정도의 절개를 하거나 양쪽 겨드랑이와 가슴을 절개하여 최소한의 흉터를 남기는 형태였는데, 구강 로봇수술은 더 나아가 구강 안쪽에만 흔적이 남는 형태다.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김동일 교수는 “구강을 활용한 로봇수술은 구강 내에 세 군데를 절개하고 겨드랑이에 피부 주름을 따라 1~2㎝ 크기의 작은 절개를 통해 갑상샘암을 수술할 수 있어 진정한 의미의 최소절개 갑상샘암 수술이다”라며 “특히 젊은 여성에서의 발병률이 높은 질환인 만큼 흉터가 보이지 않고, 거의 남지 않는 구강 로봇수술 후 만족도가 크다”라고 전한다.

    갑상샘암은 우리의 생각보다 발생빈도가 꽤 높지만, 적절한 진단과 치료만 한다면 생존율 100%에 도달할 수 있는 암으로 이제는 수술 후 삶의 질을 어떻게 하면 유지할 것인가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갑상샘암의 조기 검진, 수술 그리고 로봇수술은 환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김동일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