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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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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 자궁 물혹? 증상 비슷하지만 질환 달라요

가임기 젊은 여성에 흔히 발견되는 양성질환으로
자궁근종은 근육조직으로 이뤄진 덩어리
자궁선근증은 자궁 근육층이 두껍고 딱딱해져

  • 기사입력 : 2023-04-17 0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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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부인과나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자궁에 ‘물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종양이 아닐까 오해해 지레 겁을 먹는 환자들이 많아 의사가 ‘물혹’이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하지만 이로 인해 자궁근종을 자궁선근증이나 난소낭종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 정확한 용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종과 같은 병으로 자주 오인되지만 반드시 분리시켜 생각해야 할 질환인데, 두 질환이 어떻게 다른지 창원파티마병원 산부인과 곽현성 과장으로부터 들었다.

    창원파티마병원 산부인과 곽현성 과장이 자중근종절제술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창원파티마병원 산부인과 곽현성 과장이 자중근종절제술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자궁근종= 엄밀히 말해 자궁근종은 물이 든 혹이 아니라 근육조직으로 이뤄진 덩어리로 전체 여성의 15% 이상에서 발견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양성 질환이다.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자궁근종에서 악성 암이 진단될 확률은 1000명 중 3명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또한 폐경 이후에는 대부분 근종 크기가 크게 위축되어 상당 부분 자연 관해되기 때문에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근종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체질적 원인, 여성 호르몬의 작용 이상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성 경험이나 분만 여부 등과는 관련이 없다. 우리나라의 자궁근종 환자는 매년 증가세에 있고, 연령도 어려지는 추세인데 이것은 아마도 식생활의 서구화 등이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궁근종은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다면 치료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근종이 갑자기 커지거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치 않은 경우라도 6~12개월 간격으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받는 것이 좋다.

    ◇자궁근종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 젊은 여성에서 발견된 자궁근종은 임신과 연관돼 있어 중요하다. 근종의 크기와 위치, 숫자에 따라 매우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

    자궁내막과 태반에 가까이 위치한 근종은 착상을 방해하거나 유산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자궁하부의 산도를 막고 있는 근종은 난산을 유발해 자연분만을 어렵게 한다. 또한 자궁근층에 위치한 근종은 분만 후 자궁의 수축을 방해해 산후 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3㎝ 미만의 근종은 임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3㎝ 이상의 근종은 조산이나 태반 조기 박리증, 유산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며, 6㎝ 이상의 근종은 난산으로 제왕절개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의 치료= 자궁근종의 치료 방법은 다양하며, 근종의 위치와 크기, 개수,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근종만을 제거하는 근종절제술은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여성이나 자궁적출술을 원치 않는 환자에게 시행한다. 그러나 근종절제술은 일반적으로 자궁적출술에 비해 출혈과 수술 후 유착이 흔하고, 자궁 자체가 남아 있기 때문에 향후 근종의 재발률이 2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자궁을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환자가 아니라면 자궁적출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 방법이다.

    수술 후 부작용이나 갱년기를 우려하는 분들이 있지만 갱년기와 연관된 여성호르몬은 난소에서 생산되므로 난소가 아닌 자궁만을 적출하는 자궁적출술은 갱년기 발생과 관련이 없다. 또한 수술 후 막연히 여성성을 잃는 듯한 상실감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오히려 만성적인 통증과 질 출혈의 고통에서 해방돼 대부분 여성으로서 더욱 건강한 삶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 부부관계에도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리비도의 미묘한 차이는 개인별로 조금씩 있을 수 있다.

    근종이 아주 크거나 골반 내부에 심한 유착이 예상된다면 부득이 개복수술을 해야겠지만 조기에 발견한다면 대부분 개복술 없이 단일공 등 복강경 수술의 자궁적출술이 가능해 수술 시 매우 작은 흉터만 남게 된다. 특히 자궁탈을 동반했거나 분만 경험이 있는 중년 이후의 여성은 질을 통한 질식자궁적출술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다.

    수술적 치료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선택 가능한 시술들도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얇은 침을 놓아 근종세포를 고주파로 녹여 버리는 ‘고주파 용해술’이나 초음파 장치를 이용해 체내의 특정 부분만을 치료하는 ‘하이푸(Hi-fu) 시술’이 있으며, 경동맥화학색전술을 통해 자궁근종으로 가는 혈관을 특수 화학물질로 막아 근종을 괴사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런 시술들은 비교적 간단히 치료받고 빠른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약물치료로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호르몬 주사요법’이 있다.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의 영향으로 자라기 때문에 폐경 이후에는 더 이상 증식을 하지 않고 성장이 억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르몬 주사요법은 이 원리를 이용해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폐경을 유도하는 치료법으로 근종의 증식 억제와 증상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부작용으로 안면홍조, 불면증,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보통 6개월 이상 치료는 권장하지 않는다. 약물치료는 중단할 경우 다시 증식과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치료 방법이라는 점이 한계다.

    ◇자궁선근증= 자궁선근증 역시 자궁근종과 마찬가지로 가임기 여성에서 흔히 발견되는 양성 질환이지만 자궁근종과는 달리 자궁에 혹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궁내막층을 이루는 세포가 자궁근육층을 침범해 지속적으로 자라 자궁의 근육층을 두껍고 딱딱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발생 원인은 역시 명확하지 않지만, 자궁내막증의 일종으로 생각되며, 여성호르몬 과다 등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자궁선근증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6개월 주기로 추적 관찰을 시행하지만 3명 중 2명에서 생리통, 생리 과다, 골반통을 호소할 만큼 자궁근종에 비해 증상이 흔하고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진통제, 피임약, 호르몬 주사요법, 자궁 내 호르몬 장치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바로 시작하게 된다. 이 병은 심해지면 불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녀계획이 있는 가임기 여성은 진단 즉시 임신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궁선근증의 치료= 자궁선근증 역시 고주파 용해술이나 하이푸, 경동맥화학색전술과 같은 보전적인 시술을 통해 증상을 줄이고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진행된 경우 자궁근종과는 달리 자궁벽 자체의 전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근종절제술과 같은 수술은 불가능하며 완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자궁적출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80% 정도에서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 등의 다른 부인과적 질환이 함께 동반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이처럼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그 예후와 치료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물혹’이 자궁근종인지, 자궁선근증인지를 분명하게 알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산부인과 곽현성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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