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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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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87) 원가정 회복에 나선 엄마와 삼남매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어 행복… 엄마 노릇하며 평생 속죄하겠습니다”
가정폭력 시달리다 우발적 사건으로 수감
출소 후 친권 회복… 5년 만에 아이들과 재회

  • 기사입력 : 2023-04-10 20: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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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과 같이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동안 못한 엄마 노릇하며 평생 속죄하겠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김지안(가명·42)씨는 6년 전 그날을 이야기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5년가량 교도소에 복역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을 여읜 지안씨는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남편은 경제적 무능력과 양육회피, 알코올의존증, 가정폭력뿐 아니라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까지 일삼았다. 지옥 같은 순간을 견디던 지안씨는 우발적으로 사건을 저질렀다.

    지안씨는 교도소에서 피폐해진 심신을 달래며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지안씨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안씨의 수감으로 친권이 일시정지돼 법정후견인인 친조모가 아동들을 보호했다. 지안씨는 출소 후 친권을 회복해 ‘원가정회복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양육기술 관련 책과 영상을 공부하는 등 양육을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의 할머니 집 근처에 월세방을 얻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다시 한 집에서 생활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지안씨는 법무부보호복지공단에서 지원한 LH매입임대 주택으로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지안씨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정성껏 돌봐주셨지만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거쳤어요. 아이들이 금세 마음을 열어줘 정말 고맙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던 첫째 하진(가명·13)이는 한 달 단기 학원을 다닌 후 예술을 전공하는 중학교에 합격했다. 혼자 타지에서 학교 개인레슨과 야간수업을 하며 애니메이션 작가를 꿈꾸고 있다. 지안씨는 “요즘엔 그림을 그리려면 태블릿PC가 필수품이라고 하던데, 형편을 아니까 말을 안했더라고요. 재능이 있는 아이인데 지원을 제대로 못해주니 미안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지안씨는 둘째 하윤(가명·11)이의 변화가 마음 아팠다고 했다. 누구보다 활달하고 애교도 많던 하윤이를 5년 만에 마주하니 표정이 없고 경직돼 있었다. 지자체 도움으로 진행한 심리검사에서 하윤이는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 욕구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학업 성취도도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5학년이지만 3학년 수준이었다. 게다가 하윤이는 어릴 때부터 앓던 아토피로 온몸이 흉터투성이였다. 엄마는 모든 게 본인 탓인 것 같아 매일 밤 눈물로 지새웠다. 지금은 경구, 외용약으로 꾸준한 관리를 해 흉터가 거의 없어졌고 하교 후 엄마와 숙제하며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엄마는 막내 하율(가명·8)이의 눈이 좋지 않아 걱정이 크다. 미숙아로 태어난 하율이는 근시, 난시, 원시를 모두 갖고 있다. 게다가 사시까지 있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하고 있는데 안경 착용으로 일정 부분을 조절한 후 수술해야 한다. 하율이는 “학교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은데, 애들은 제가 괴물, 외계인 같다고 해요. 혼자 다른 데 보고 있다고요”라고 말했다. 하율인 엄마와 떨어져 있는 동안 배변장애, 식습관 조절 등이 필요했지만 원가정 복귀 후 많이 호전되고 있다. 요즘엔 엄마랑 이야기하는 게 제일 재밌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지안씨는 아이들을 돌보며 하는 일을 찾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조건부수급자로 책정돼 최저생계비로 생활하고 있는데 자녀들의 교육비와 병원비를 충당할 수 없어 걱정이 크다.

    해당 가정의 아동보호전담요원은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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