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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이토록 평범한 미래-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03-02 19: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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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꿈꾸던 미래는 거창했다. 땅 밑으로 거대한 도시가 서고, 하늘 위로는 자동차가 날았다. 달나라로 소풍을 가고, 착한 만능로봇이 인간을 도왔다. 미래는 희망과 같은 말이었고 현재보다 더 큰 행복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크면서 알게 됐다. 미래는 어쩌면 절망과 더 가깝고 현재보다 더 불행할 수 있는 곳임을. 그러나 이제는 안다. 평범한 미래를 꿈꾸는 자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봄이 왔다. 새 학기가 시작됐고 학교는 전과 다름없이 아이들로 복작인다. 거리두기와 이별한 거리엔 활기가 돋는다. 마스크 사라진 얼굴엔 웃음이 살아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꿈꾼 건 거창한 미래가 아니었다. 그저 소박한 보통의 날이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밥 먹고, 동료들과 술도 한잔 마시고, 친구들과 가끔 여행을 떠나는, 그런 평범한 미래 말이다.

    ▼3년 전 이맘때만 해도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상상할 수 없었다. 코로나로 일상이 조각났고, 공포와 두려움이 미래를 잠식했다. 만약 그때, 3년 후 찾아올 평범한 미래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여전히 내 옆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그들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며 별일없이 사는 날이 오리라 확신했다면. 이 악물고 버티던 그 순간들이 좀 더 견딜 만하지 않았을까.

    ▼세컨드 윈드(second wind)라는 말이 있다. 운동하는 중에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바람’은 죽을 만큼 괴로운 데드 포인트(dead point)를 지나야 비로소 찾아온다. 올봄, 코로나를 견뎌낸 우리에겐 이 ‘두 번째 바람’이 불 것이다.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쓴 김연수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또한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다. 왜냐면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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