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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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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시조여! 더 뜨겁게 꽃을 피워라-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3-03-01 19: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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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덧 꽁꽁 얼어붙었던 계절의 틈을 비집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 매화와 복수초의 꽃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성큼 3월로 왔다. 발 빠른 도시의 도로변에는 팬지가 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사람들에게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있다. 머지않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의 산과 들에도 온갖 야생 꽃들로 향기를 더할 것이다. 점점 꽃향기로 깊어져 갈 봄을 남보다 한발 먼저 마중하며, 우리 민족의 시(詩)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기본적으로 3장 6구로 구성된 한국의 정형시 ‘시조’라는 명칭의 원뜻은 시절가조(時節歌調), 즉 당시에 유행하던 노래라는 뜻이었으므로, 엄격히 말하면 시조는 문학 갈래 명칭이라기보다는 음악곡조의 명칭이었지만, 1920년대 후반 최남선의 「조선국민문학으로의 시조」를 필두로 전개되었던 시조부흥운동과 더불어 문학 갈래 명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시조는 14세기경인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정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창작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정형시이다. 1728년 영조 4년 김천택이 역대 시조를 수집하여 편찬한 『청구영언』을 시작으로 고시조로부터 현대시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조 작품이 현재 약 1500여 명의 시조시인으로부터 끊임없이 창작되고 있다.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에도 독자들이 ‘시조’는 어려운 문학이며, 고루하다는 선입견으로 멀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현대시조를 쓰는 시인들은 한 시대를 대변하며 정형화된 율격 아래 저마다의 음폭을 넓혀가며 행간의 담금질을 하고 있다. 근래에 와서 시대성의 강력한 메시지와 시적 상상력도 풍부하여 많은 독자층을 확보해가고 있다. 시조를 수록하는 문예지만 하더라도 〈시조문학〉 〈현대시조〉 〈정형시학〉 〈시조시학〉 〈시조21〉 〈좋은시조〉 〈나래시조〉 등 시조 전문 문예지를 비롯해 〈서정과현실〉 〈열린시학〉 〈문학청춘〉 〈문학저널〉 〈시와문화〉 〈시와소금〉 〈다층〉 등 시 전문지 또는 종합문예지 등 수십 종의 문예지에 수록되어 활동의 폭을 넓혀갈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 경남지역만 하더라도 노산 이은상, 초정 김상옥, 박재삼, 서벌, 박재두 등 작고 문인과 김교한, 이우걸, 김정희, 홍진기, 김복근, 김연동, 하순희, 서일옥, 강현덕, 이달균, 문희숙, 최영효, 손영희 등 한국 시조문단을 대표하는 걸출한 시인과 김진희, 백순금, 제민숙, 옥영숙, 서성자, 이분헌, 이은정, 이남순, 임채성, 김주경, 황영숙, 임채주, 이선중 등 많은 시인이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 시조의 본고장인 경남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BTS, 블랙핑크나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등 K-문화의 큰 인기로 세계가 한국의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무엇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 ‘시조’를 세계화시켜야 한다. 아니다, ‘시조’는 독특한 음악적 요소를 갖춘 우리 문학으로서 이미 세계 속에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소홀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교과서에 한국의 정형시 ‘시조’를 많이 수록하여 범국민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다국적 언어로 번역하여 세계 속에 우수한 문학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일엔 시조문학 동아리 활성화와 시조 창작학과를 개설하는 등, 반드시 정부 부처와 교육기관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함께 좋은 시인이 배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심혈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나라말과 나라 시(詩), 시조(時調)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자다. 머지않아 기승전결 율격을 배열하며, 애국자 같은 한국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필 것이다.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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