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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선량과 한량-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2-26 19: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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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을 흔히 ‘선량(選良)’이라고 한다. 선택현량(選擇賢良)의 줄임말로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뽑는다는 의미다. 이면엔 인재에 대한 존경과 역할의 기대가 깔려있다. 유래는 중국 한(漢)나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관리를 선발한 기준에 효렴(孝廉)과 현량방정(賢良方正)이 있다. 효성이 지극하고 청렴하며, 경학에 밝고 품성이 어질며 행동이 방정한 사람을 칭한다.

    ▼이에 비해 무과에 급제하지 못한 무반(武班)은 ‘한량(閑良)’이라고 했다. 무과 응시를 준비하기 위해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며 무예를 연마하는 것이 마치 노는 것처럼 보여 그렇게 불렀다. 현대에 이르러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돈 잘 쓰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을 지칭하기에 이르렀다.

    ▼민의를 대변하지만, 국회의원만큼 지탄받는 자리도 드물다. 국회는 고비용·저효율의 대명사이자 ‘한량 집합소’ 정도로 폄하되지만 한국 사회에서 출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이율배반의 현실이다. 걸출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부나방처럼 달려든다. ‘헌법기관’으로 최고의 예우와 특권을 누리는 데다 돈까지 몰린다. 지난해 309개 국회의원 후원회가 585억7900만여원을 모금했다. 한데 의정활동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한량으로 시간을 때워도 선량으로 불리니 이만한 자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한번 ‘금배지’의 위용을 맛본 이들은 재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내년 총선에서 350명으로 늘리자고 국회의장이 제안했다. 사표(死票)를 줄이고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늘어난 50석은 비례대표다. 한데 비례대표가 직능계를 대표한다는 애초 명분은 희미해졌다. 정쟁을 일삼아 볼썽사나운 이들을 늘리는 데 공감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불체포·면책 등 특권 내려놓기와 세비 감축 등 파격적 자구책이 전제돼야 한다. 국회의원 수가 적어 나라가 이 모양은 아니라는 중견 정치인 출신의 일갈이 더 현실감 있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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