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7일 (화)
전체메뉴

[촉석루] 기억 상자에 무얼 넣을까?- 강주혜(첨단인지브레인센터 원장)

  • 기사입력 : 2023-01-12 19:33:43
  •   

  • 신생아가 있는 집에서는 방문을 조용히 닫는다. 아이가 놀라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땅에 떨어진 단추를 입에 넣기도 하고,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김이 나는 주전자를 만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무조건 만지고, 입에 넣고, 위험 속으로 돌진한다. 왜 그럴까?

    기억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기억 상자에 청각, 시각, 촉각, 미각, 후각 등 오감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들어온 경험들이 축적되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다. 이것을 감각기억이라고 한다. 감각기억이 많아지고, 튼튼해질수록 뇌는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선별하는 힘이 생긴다. ‘주의력’이 좋아진다는 말이다.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를 들은 경험이 없기에 ‘쾅’ 소리에 놀라고,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변별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단추를 입에 넣는다. 경험만 하고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매번 실수하고, 위험에 빠질 것이다.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엄마의 손길을 통해 사랑받고 있는 느낌을 기억하고, 나지막하게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평안함을 느낀다.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엄마 냄새를 기억하고, 아빠의 목말을 타고 더 넓은 세계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양한 경험에는 실패, 실수, 거절도 포함된다. 문지방에 걸려 넘어진 경험을 몇 차례 한 아이는 돌부리를 보고 피하거나 뛰어넘는다. 뜨거운 주전자에 데어 본 아이는 김이 나는 컵을 조심한다. 성공의 경험만 있는 아이들은 작은 실패에 상처받고 다시 도전하지 못한다. 칭찬받고 위로받았던 경험들이 기억 창고에 저장되어 있으면, 실패했을 때 위로받고 응원받았던 그 기억을 꺼내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책만 읽히고 있지는 않은가? 넘어져 다치는 게 마음 아파, 아이 손을 계속 잡고 있는가? 체할까 봐 소화가 잘되는 음식만 주는 건 아닌가? 아이가 기죽을까 봐 무조건 오냐오냐하고 있지는 않은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하고, 익숙하고 잘하는 것만 하려 하고, 쉽게 상처받고, 주의력이 떨어지는 나의 아이 누구의 잘못일까?

    강주혜(첨단인지브레인센터 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