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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일- 김경복(경남대 교수)

  • 기사입력 : 2023-01-11 19: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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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를 그리는 마음은 무엇일까? 정말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무슨 마음을 먹었기에 그 일을 하게 되었을까?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전국 방방을 돌며 실측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지형과 거리를 수만의 배율로 압축하며 그려내었던 김정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일까?

    지도란 무엇인가? 바로 지표 아닌가! 길을 잃은 사람에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의 방향과 어려움의 정도를 알려주는 표지 아닌가.

    길을 나선 사람에게 이런 지도를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점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 된다 할 수 있다. 일의 효율성을 떠나 지도는 가는 일, 즉 살아가는 일의 목적이나 목표를 주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지도의 이런 효율성과 목적성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설계도일 것이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지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무수한 시행착오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어리석구나 하는 감정을 넘어 그런 어리석음을 꼭 범해야 했는가 하는 의구심 내지 분노의 감정을 쏟아낼 정도로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만큼 효율성이나 합리성의 측면에서 설계도는 일의 뼈대가 되고 살이 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집을 짓는데도 이러한데 그보다 몇 배 더 중요한 살아가는 일에 우리는 삶의 방향과 자세를 점검할 수 있는 설계도, 즉 마음의 행로를 보여주는 지도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도 없이 산다는 것은 삶의 방향성을 잃고, 마치 바다 위에서 정처없이 표류하며 떠돈다는 말과 다름없다. 때문에 자신의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마음의 지도가 필요해 보인다.

    그때 마음의 지도는 이 무상하고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의미의 뼈대를 세우고, 무엇이 참된 길인지를 탐색하는 영혼의 형식이 될 것이다.

    김경복(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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