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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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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정 사회주의를 위하여- 김경복(경남대 교수)

  • 기사입력 : 2023-01-04 19: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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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다.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의 시작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균열을 내어 이 하루가 지난날과는 다른 하루의 시작이자 한층 더 나아진 삶의 출발이 되기를 빌어본다.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흐르는 세월의 무료함과 쓸쓸함에 잠시 매듭을 지어주고, 보다 성숙한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앞날을 기대하고 준비한다는 말일 것이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사제처럼 속된 하루의 연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참된 ‘나의 삶’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일 터이다.

    김종길 시인이 쓴 ‘설날 아침에’란 시가 생각난다. 시인은 이 시에서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한 해가 더해갈수록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그럴 때 김종길 시인의 저 담백하고 진솔한 고백은 더없이 따뜻한 조언으로 다가온다. 그래, 올 한 해는 조금이라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꿈도 꾸어보고, 나를 위해서든 세상을 위해서든 좀 더 착하고 슬기롭게 살아보자. 큰 다짐이 아니어서 그런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귀가 순해진다.

    우선 그 첫걸음으로 집안의 일에 협력하자. 아니 분업하자. 평소 하지 않던 청소와 설거지도 하고, 고양이 밥도 챙기고, 빨래도 널자. 가정이 평화로워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

    아직 가부장제의 습속에 젖어 사는 나의 삶의 행태를 빨리 바꾸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더 나아가 이 사회의 안정을 위해 가정 사회주의자가 되자. 어떤 일이든 그 구성원들이 자유로우면서 평등하게 참여하여 살아야 참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평등하게 실천 가능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집안의 타자가 겪는 고통에 먼저 공감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많은 타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출발이 되기 때문이다.

    김경복(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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