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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사람과 세상를 만나겠습니다.
끝이 보일 것 같았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최종심 탈락이 반복되던 신춘문예. 푯대에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런데 당선 통보를 받고 가슴이 더 허전했습니다. 기다려왔던 소식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오랫동안 꿈꾸어 온 목표가 사라져서일까요.
시조는 제 생의 반 이상을 함께했습니다. 시조와의 오랜 연애는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익숙함에 젖어 집 한 채 짓지 못하고 뒤척이던 날들.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면 절실함이 없는 시조놀이였습니다. 때문에 다른 장르로의 권유를 받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시조. 하지만 욕망이란 명사를 끌어안고 저는 여태껏 시조와 배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22년간의 당선작품을 모아 공부하면서도 시조보다 삶을 우선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거듭된 최종심 탈락은 당연했는지 모릅니다. 절실함이 없는 창작이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놓지 않았고 시조가 지금도 제 삶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성찰과 치유가 깃든 작품으로 사람과 세상을 만나겠습니다. 정형의 틀을 지키고 내재율로 가꾼 시의 집을 짓겠습니다. 삶과 사물의 결을 들숨과 날숨으로 긴장과 절제의 시조를 직조하면서 신선한 감각으로 담아내겠습니다. 문을 열어준 경남신문사, 부족한 작품에 디딤돌을 놓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격려와 채찍으로 이끌어 주신 이영춘 선생님 고맙습니다. 시를뿌리다시문학회와 빛글문학, 화천 문창반 문우들과 이 기쁨을 함께합니다. 사랑하는 아내 방현미 씨와 민승이, 민주에게 선물을 안겨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실 당선을 부모님 영전에 올립니다.
시조 부문 당선자 이종현 씨 △1961년 전북 임실 출생 △춘천 거주 △대한장애인역도연맹 상임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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