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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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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빅데이터 시대와 통찰력-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22-12-21 20: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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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기용하고 활용해 승률을 높이는 것을 ‘머니볼 이론’이라고 한다.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팀의 빌리 빈 단장이 주장한 이론으로 타율이 높거나 홈런을 잘 치는 선수보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를 활용하면 득점의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머니볼 이론은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논리로 등장하여 조금씩 활용되다가 최근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면서 빛을 보고 있다. 예전에는 홈런 개수와 타율 정도가 선수를 판단하는 자료였지만, 요즘은 OPS(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수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등 다양한 데이터들이 야구분석에 활용되고 있다. 야구에도 빅데이터 시대가 온 것이다.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구독을 하지 않았는데도 알고리즘이 취향을 저격하는 동영상을 찾아준다. 사용자가 즐겨보는 영상과 구독하고 있는 유튜버의 특성, 댓글을 단 영상의 분야 등을 데이터로 종합해서 그의 취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 자라는 광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기업은 매출의 4%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하지만 자라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하지 않아도 잘 팔리기 때문. 자라의 모든 옷에는 RFID 태그가 붙어있어 이 태그를 통해 소비자들이 많이 입어보는 옷은 무엇이고, 외면받는 제품은 어떤 것인지, 어떤 옷을 많이 입어보는지, 구매로 이어지는 등의 다양한 요소를 데이터화한다. 데이터는 디자이너에게 전달되고, 디자이너들은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원단, 색상, 패턴 등의 따라 옷을 디자인한다.

    이렇게 빅데이터 활용은 경영의 핵심이 되었고 데이터 분석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분명해진다. 데이터를 보는 눈, 정보의 맥락을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많이 쌓여도 그것을 의미 있게 분석할 수 없다면 소용없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다.

    데이터의 분석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관찰과 분석, 유추다. 분석력의 바탕에는 유추가 깔려있다. 하나를 보고 다른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유추력이 없다면 통찰은 불가능하다. 유추는 이미 가진 정보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나 지식으로 재가공하거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때 유추의 바탕이 되는 것이 관찰과 분석이다. 대상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데이터를 의미 있게 분석할 때 유추가 가능해진다.

    데이터에는 패턴이나 규칙이 있다. 반복되는 패턴이나 일관된 규칙은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음을 말해준다. 확률이 높으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투수가 초구에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는 통계를 알면 변화구를 노려 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유용한’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다.

    문제는 패턴을 감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 그래서 섬세한 관찰과 구조적 분석력이 요구된다. 요즘은 컴퓨터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석된 데이터 중에서 유의미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통찰은 감에서 오기도 하지만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데이터가 넘치는 시대에는 이런 분석과 판단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반복되는 패턴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욕망이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움직인다. 그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관찰과 분석을 통해서 사람의 욕망을 읽어내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꼭 필요한 통찰이다. 이때 필요한 질문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것이다. 원인과 이유를 물으면 숨겨진 사람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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